투데이코리아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진민석·김김민성 기자 | “미 대선 이후 ‘레드 스윕’(red sweep)이 가시화한 것과 3분기 우리나라 수출 물량 증가세가 크게 낮아진 문제 등 큰 변화가 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회의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큰 변화가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3분기에 예상보다 수출 물량이 크게 줄기도 했다”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수출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 총재는 ‘10월 포워드 가이던스(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에 대한 위원들의 전망을 취합한 것)’가 한달 만에 뒤집한 것을 두고 “누누이 이야기했지만, 포워드 가이던스는 ‘조건부’”라 고 잘라섰다.
앞서 10월 금통위 당시 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내 3.25%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를 두고 “조건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면 실망스럽겠다”면서도 “큰 뉴스가 들어오면 경제 전망을 바꾼 것처럼 (기준금리에 관한 판단도) 당연히 바꾸는 것이다. 새로운 사실이 생기면 바꿀 수 있다는 걸 명확히 커뮤니케이션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환율에 대해서도 “환율 변동성을 관리하는데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사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며 “국민연금과 통화스왑 만기가 12월 말인데 종전보다 상당 정도 폭을 늘리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언급했다.
또한 환율 변동성을 우려하고 있다면서도, 특정 환율 수준을 ‘타깃’ 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구조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특정 환율 수준을 위기라고 이야기하기에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라며 “다행스럽게도 미 대선 결과를 앞두고 커졌던 ‘트럼프 트레이드’가 숨을 고르는 모습이다. 오히려 원화 절하 속도가 다른 통화보다 크게 빠르지 않아, 단기적으로 부담이 줄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와 수출 경쟁 관계인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가 기본적으로 절하 압력을 가장 많이 받고 있다”며 “절하 속도를 조절할 충분한 의지와 수단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창용 총재는 한은이 경제 성장률 전망치의 8월 종전 전망 대비 낮춰 잡은 것과 관련해 “수출 증가율이 떨어지는 건, 구조개혁을 통해 대응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금리가 성장률을 받쳐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면서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낮출 경우 경제성장률을 0.07%p 올리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과 관련해서도 강력한 대출 규제를 중심으로 한 거시 안정성 정책을 구사해 안정되고 있는 상태라고 봤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등에 따른 금융 안정 문제는 8·9월 굉장히 걱정이 많았었다”면서도 “현재로선 그 걱정이 덜해졌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11월 5조원대에서 유지되고, 12월엔 하향 추세를 그릴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25%p 낮춘 연 3.00%로 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장의 예상을 깬 것이었다.
한은 등에 따르면, 이날 금리 인하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는 팽팽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용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기준금리 인하를 주장했지만, 장용성, 유상대 위원 2명은 금리 동결 의견을 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은 예측할 수 있었지만 상·하원 의원 모두 공화당이 가져가는 ‘레드 스윕'은 예상 밖’이었다”며 “10월 금통위 이후 대내외 많은 변화가 있었고 소수의견(금리 동결)에서 알 수 있듯 인하와 동결의 장단점이 모두 있어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와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선 금통위원간 이견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지만 경제성장과 외환 안정간 상충관계에 있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3개월 후 기준금리에 관한 의견인 ‘포워드 가이던스’도 금통위원이 3대3으로 팽팽하게 갈렸다.
그는 “6명 중 3명은 대내외 경제 여건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성장 전망 자체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경기 전망 변화에 따라 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었다”며 “나머지는 우리 경제의 중립 금리와 추가 금리 인하 여력을 고려해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할 수 있기에 현재의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봤다”고 부연했다.
그렇지만 금통위원의 모든 전망과 의견은 경제 상황에 대해서는 ‘조건부’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