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모펀드 시장은 ‘혹한기’였다. 주식형펀드 수익률은 참혹했다. 벤치마크로 삼는 코스피지수가 크게 뒷걸음질치면서다. 공모펀드 투자자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한 펀드가 있다.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다양한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다. 증시 불황 속에서 절대수익형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급락장서 선방하는 이유
올해 급락장에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의 변동성 관리 능력은 탁월했다. 11일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혼합자산자(사모투자재간접)종류A’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50%(6일 기준)를 기록했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가 평균 16.95% 손실을 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2.37%를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추락했던 지난 10월 급락장에서도 선방했다는 의미다. 주식형펀드 평균은 -9.52%였다.
지난해 9월 말 출시된 이 펀드는 사모투자 공모재간접 1호다. 한국형 헤지펀드에 운용자금의 80~90%를 투자한다. 에쿼티 헤지, 이벤트 드리븐, 채권 아비트리지, 멀티 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국내 우수 펀드를 엄선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주식시장에 투자하지만 투자 위험도는 중위험·중수익 펀드보다도 낮게 나온다”며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하기 위해 공매도를 병행하는 롱쇼트전략을 활용하는데, 사모재간접펀드는 다양한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공모펀드 불황기에도 연초 이후 1340억원의 자금이 미래에셋의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로 모였다. ‘큰손’ 투자자의 전유물이었던 헤지펀드에 투자하려는 일반투자자의 발길이 이어졌다.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하려면 최소 1억원 이상 있어야 하지만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소액(500만원 이상)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이 1년 전 출시한 ‘삼성솔루션코리아플러스알파혼합자산투자신탁H(사모투자재간접형)Cf’도 연초 이후 -3.45%로 선방하고 있다. 이 펀드는 성과가 좋은 한국형 헤지펀드뿐만 아니라 글로벌 헤지펀드를 적극적으로 담고 있다.
헤지펀드가 인기를 끄는 또 다른 이유는 일반 공모펀드와 달리 운용 규제를 거의 받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헤지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에도 자유롭게 투자하면서 수익률을 끌어올린다.
특정 가격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인 CB, BW는 하락장에서 주식 전환가격이 낮아져(리픽싱) 투자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
헤지펀드 공모 상품 출시 잇따라
사모재간접 공모펀드의 인기가 확인되면서 석 달 전부터 신상품이 줄줄이 출시되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신한BNPP베스트헤지펀드혼합자산(사모투자재간접)(종류A1)’을 지난 9월 내놨다. 이 펀드도 급락장을 겪었던 지난 3개월 동안 수익률 -1.66%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으로 우수한 펀드를 발굴해 더 적극적으로 리밸런싱하는 게 이 펀드의 특징이다.
키움투자자산운용도 두 달 전 ‘키움 글로벌 얼터너티브 증권투자신탁(혼합-재간접형)’을 내놨다. 이 펀드는 국내 헤지펀드가 아니라 대체투자 전략을 활용하는 다양한 해외 우수펀드에 투자한다. 헤지펀드뿐 아니라 통화, 인프라, 원자재, 부동산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장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처음 선보인 사모재간접 공모펀드가 변동성은 낮으면서 주가 반등 땐 중위험·중수익 상품 이상의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며 “펀드시장 부진 속에서 다양한 관련 신상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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