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기존 고려아연 지분과 공개매수로 사들인 지분의 50%+1주를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는 조건의 콜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영풍은 MBK가 고려아연 최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보유 지분 상당수를 MBK에 넘겨야 한다.
핵심은 콜옵션 행사가격이다. 자본시장에선 콜옵션 행사가격이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인 주식 수와 공개매수 가격에 따라 결정되는 슬라이딩 조건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공개매수가격이 올라갈수록 MBK파트너스가 장씨 일가 지분을 사들이는 가격이 내려간다는 점에서 영풍이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예를 들어 영풍이 기존에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이 10주이고 MBK가 공개매수로 6주를 확보했다고 가정하면, MBK는 9주를 확보해야 영풍보다 1주를 더 가진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MBK는 3주를 영풍으로부터 사 와야 한다. 계약에 따라 9주의 평균 취득 단가가 최초 공개매수 금액인 66만원에 고정돼 있다면 공개매수가 인상으로 6주를 비싸게 살 경우, 3주는 영풍으로부터 헐값에 사 올 수밖에 없다. 공개매수가 변동이 매수 예정 주식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본시장에선 영풍과 MBK의 콜옵션 행사가격이 유동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MBK가 최초 공개매수가(66만원)로 최대 규모에 공개매수를 마쳤다면 인수비용은 약 3조2600억원이다. 이 비용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올릴 경우 콜옵션 주당 행사가는 39만원까지 내려간다. 현재 고려아연 주가(78만원대)의 절반 수준이다.
영풍은 MBK와의 콜옵션 행사가격이 고정돼 있다고 주장한다. 영풍은 최근 입장문을 내고 "콜옵션 행사가격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해 합의된 가격으로 '고정'돼 있다"며 "공개매수 가격이 오르면 인상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해야 하는 영풍과 MBK 모두에게 매수수량에 따라 비례적으로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영풍은 콜옵션 행사가격이 고정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는다. 콜옵션 행사가격과 산정방식이 비밀에 부쳐지면서 영풍에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같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약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MBK에 유리한 조건으로 콜옵션 계약이 체결됐을 경우 영풍 경영진은 배임 의혹이 불거질 전망이다. 영풍이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헐값에 매각한다면 기존 영풍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은 콜옵션 행사가액이 고정돼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콜옵션 행사가격 논란 이후 슬라이딩 조건을 수정해 재계약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오해를 풀기 위해 조속히 세부내용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