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적정 평가를 위해 상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주장과 기업 경영활동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맞서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 22대 국회 기업 지배구조 상법개정안 15건 발의
이번 논란의 핵심은 상법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이다.
현행법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반주주와 학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상법 개정 찬성론자들은 기업의 분할, 합병 등 자본적 거래 과정에서 주주 간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국내 합병의 90%가 계열사 간 이뤄지는 현실에서, 지배주주의 영향력 아래 있는 이사들이 일반주주의 이익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가 현실화된 대표적 사례로 2020년 LG화학의 물적분할이 꼽힌다.
LG화학이 2차전지 사업부를 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설립한 후, LG화학 (KS:051910) 주가가 하락하자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최근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며 상법 개정 논의에 불을 지폈다.
정치권 역시 이 문제에 가세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상법 개정안이 15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상법 개정이 증시 가치 상승의 지름길이라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재계는 상법 개정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할 경우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침해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 주된 논리다.
또 주주 이익만을 우선시하다 보면 기업의 장기적 발전과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이 도외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부처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며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반면, 법무부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이사들은 분할이나 합병을 통해 주주의 지분가치가 변동되더라도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반주주들이 이사회 결정에 문제를 제기할 제도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주주총회에서의 표 대결이 유일한 대응 방안이다.
상법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주주 보호와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을 보여준다.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