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일본 한 슈퍼마켓의 모습. 사진=X 갈무리
투데이코리아=김유진 기자 | 일본 열도가 기상 악재로 인한 인명피해부터 시민사회 전반으로 퍼진 ‘쌀 품귀’ 현상에 골머리를 앓는 8월을 보냈다.
또한 제10호 태풍 ‘산산’으로 인해 휴가철을 맞아 열도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발걸음이 묶인 채 ‘강제 호캉스’(호텔에서 바캉스를 보낸다는 뜻의 합성어)를 보냈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2일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6일 일본 총무성 통계국의 소매물가 조사 결과 7월 1포대 기준 쌀 소매 가격은 2411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2046엔) 17.8%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322엔이었던 전월 대비 3.8% 상승하면서 지난 1년 사이 가장 큰 월간 상승 폭을 기록한 것이다.
특히 현지 마트나 슈퍼마켓에서는 판매 중인 쌀의 양이 부족하거나 인당 구매 가능한 쌀의 개수를 제한하는 등 갑작스러운 품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현지에서 빈번하게 발생한 지진과 태풍 등 천재지변으로 인해 장기보존이 가능한 쌀의 수요량이 폭증하면서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지난 8일 ‘난카이 해구 지진 임시 정보’(거대 지진 주의보)가 발령된 뒤 이어진 일본 정부의 과민반응에 시민사회의 불안이 가속화되면서 이 같은 사재기가 심화됐다는 관측이다.
현지 주간지 겐다이비즈니스는 지난달 24일 “이 불안에 부추겨진 사재기(買いだめ) 행동으로 쌀이 품귀(品薄)현상을 빚으면서 쌀 재고가 없어진 것에 불안해하고, 사재기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었다”며 “쌀을 발견하면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쌀 부족 현상은 지진 외에 폭염 등의 ‘히트플레이션’(열+인플레이션)도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추측이다.
일본 유통경제대 연구소의 오리카사 슌스케 책임연구원은 올해 폭증한 쌀 소비량의 원인을 두고 “기록적인 여름 더위로 인한 고온 피해”라며 “고온 발생이 발생하면 쌀이 하얗게 변하는데, 이는 쌀의 등급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온 피해에 의한 쌀 품질의 저하와 그에 따른 쌀 수확량의 저하에 따라 작년(2023년)은 ‘숨겨진 벼 흉작의 해’(隠れた米の不作の年)라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은 지진과 함께 태풍 소식까지 겹치며 연이은 악재에 현지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일본 규슈 지방에 상륙해 내륙을 관통한 제10호 태풍 ‘산산’으로 발생한 기록적인 폭우로 현지에서는 지금까지 총 6명의 사망자와 12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일본 정부는 지난달 30일 태풍 ‘산산’의 위력이 증가세를 보이자 오후 ‘특정재해대책본부’을 긴급히 열고 “국민들은 최신의 기상 정보나 지자체로부터 받은 정보에 충분히 주의해 빠른 피난이나 위험한 장소에는 접근하지 않는 등 스스로의 생명을 지키는 행동을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이로 인해 지난달 29일 일본 여행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전날(28일) 저녁 비행기로 어찌어찌 오긴 했는데 모든 가게들이 29일부터 30일까지 휴무”라며 “내일 아침 호텔에서 먹을 식량 하러 마트를 가야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하카타 한큐백화점 갔는데 내일 태풍 때문에 휴무라고 안내방송이 나왔다”며 “내일도 꼼짝없이 호캉스할 것 같다”는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