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투데이코리아=서승리 기자 | “강남 부동산에 대한 수요 근처에는 입시경쟁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서울대-한국은행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를 통해 “수도권 부동산, 특히 강남 부동산에 대한 초과 수요가 상시 잠재해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가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지난 기간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해 ‘해 날 때 지붕을 고쳐야 한다’는 말을 인용해 지난 기간 구조조정보다는 손쉬운 재정 및 통화 정책을 통해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모면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타까운 점은 이제 우리에게 해 날 때를 기다려 구조개혁을 추진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라며 “전세계 최상위권 수준의 가계부채가 더 증가했다가는 조만간 수요부족으로 경제성장률을 낮추고 그 정도가 지나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거품이 터졌을 때 경제위기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며 “지금은 태풍만 아니라면 날씨가 흐려도 지붕을 고쳐야 하는, 즉 단기 경제정책과 구조개혁을 함께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창용 총재는 서울 주택가격 상승의 문제에 대해 언급하며 과도한 입시경쟁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창용 총재는 “입시경쟁이 치열해져 사교육이 중요해지다 보니 자녀가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서울로, 그리고 강남으로, 주택 구입이 어려우면 전세로라도 진입하고자 한다”며 “또 다음 세대가 똑같은 목적으로 진입을 기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초과수요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려 해도 집주인은 전세값 인상으로 전가하면 그만이니 해결이 쉽지 않다”며 “교육열에서 파생된 끝없는 수요가 강남 부동산 불패 신화를 고착시킨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이 총재는 구조적인 제약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수행되는 정책은 악순환을 지속시킨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구조적 제약을 개선하려 하지 않고 단기적으로 고통을 줄이는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하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는 지난 20년과 같이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정부와의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뿐 아니라 문제의 근저에 있는 입시경쟁과 수도권 집중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혁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한은은 이날 입시경쟁 과열 문제 해결책으로 ‘지역별 균형선발제’를 제시했다.
대학에서 입학 인원을 선발할 때 지역별 학령인구의 비율을 반영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지역별 교육기회 불평등 및 사교육 과열을 해소한다는 취지다.
해당 제도와 관련해 이창용 총재는 “교육적 관점에서 봐도 다양성 확보라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제고할 수 있다”며 “서울대에 입학한 학생 중 서울 출신 비율은 서울 학령인구 비율보다 두 배 높고, 특히 강남 3구의 경우 세 배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역균형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학업성과가 다른 학생들보다 전혀 뒤처지지 않는 것은 이 제도가 수월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다양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반증”이라며 “이 제안은 정부 정책이나 법제도를 손대지 않더라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교수님들이 결단만 해주신다면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나쁜 균형에서 벗어나는 단초를 제공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