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34년 만에 155엔대로 올라선데 가운데 엔화 가치가 연일 하락세를 보인다. 미국과 유럽의 외환시장에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를 의식한 엔화 매도, 달러 매수가 이어져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오전 11시 155.61엔에 거래됐다. 엔화가 달러당 155엔대를 기록한 것은 1990년 6월 하순 이후 약 34년만이다.
전날 심리적 저항선인 달러당 155엔을 돌파한 엔화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장중 한때 155.37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엔화가 떨어지는 배경은 견고한 미국 경제 지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을 보여주는 통계 발표가 잇따르자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정책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 16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캐나다 경제 관련 워싱턴 포럼 행사에서 "최근 경제 지표는 확실히 더 큰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히려 그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반면 일본은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 해제했으나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세부 결정 사항을 설명한다.
이번 회의에서 일본의 통화정책이 바뀔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일본은행은 3월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고 1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인상했으나 당장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일본은행은 일시적인 요인을 제외하고 근원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2%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지 여부를 평가한 뒤 추가 금리 인상을 결정할 계획이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현재 근원 인플레이션율이 2%를 밑돌고 있으며 완화적 재정 여건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당장 금리 인상이 없음을 시사한 바 있다. 야마다 슈스케 뱅크오브아메리카 (NYSE:BAC)(BofA)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가파른 매파(금리 인상) 전환이 전망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회의는 엔/달러 상승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