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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올해 1분기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주식 규모가 역대 최대치에 달했다. 유럽계 자금이 큰손 역할을 했다.
일본 증시의 대활황으로 아시아 증시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올 초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한국증시에 대한 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국인은 국내 상장사 주식을 총 15조 8000억 원 순매수했다. 관련 집계를 시작한 지난 1998년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사자'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에는 상장주식 5조 102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이나 인도 등 아시아에 대한 글로벌 자금의 관심도가 높은 상황에서 올해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유입된 부분이 크다"며 "지난해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외국인 자금이 꾸준히 들어왔다"고 말했다.
외국인 수급 동향에서 눈에 띄는 건 유럽계 자금이다. 유럽이 미주를 제치고 지난해 11월부터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순매수 규모 1위에 올랐다.
월별로 유럽 순매수 규모를 보면 지난해 11월 3조 2000억 원, 12월 2조 7000억 원, 1월 3조 9000억 원, 2월 4조 7000억 원, 3월 3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여년 간 아시아 증시 비중을 줄여왔던 유럽이 5개월 연속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 1위를 차지한 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일본 증시가 '잃어버린 30년'을 되찾는 과정에서 아시아 내 다음 '밸류업 타자'로서 한국을 꼽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은 2011년 이후부터 한국 주식 비중을 줄여왔는데 일본 증시의 활황을 지켜보면서 일본 다음으로 아시아 내 밸류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국가로 한국을 점치고 있는 모습"이라며 "올초 발표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역시 그런 기대감을 키운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유럽은 2011년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변동성 관리에 힘써왔다. 이에 아시아 시장에서도 한국 비중을 점차 줄여왔으나, 최근 한국 증시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이다. 유럽 자금이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에 쏠리면서 당분간은 자금 유입이 지속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염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활황을 이끌었던 외국계 자본이 엔화 강세가 나타나며 빠져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그 대안으로 생각할 수 잇는 국가 중 하나가 한국이 될 수 있다"며 "워낙 한국 주식 비중을 줄여놨던 데다 과거랑은 매수 패턴이 좀 달라진 점을 고려하면 향후 유럽계 자금 유입이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계 자금의 경우 비교적 단기적 성격이 강한 만큼 시황 변화에 따라 유출입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영국을 포함한 유럽계 자금은 헤지펀드 성격의 자금이나 단기 트레이딩 성격이 자금 성향이 강하다"며 "최근의 긍정적 시장 변수의 변화 발생 시 외국인 자금 유출이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