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 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판매한 은행권이 자율배상 절차에 돌입했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해 평균 40% 수준의 손실 배상이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소비자들은 부실 파생상품인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등의 손실 배상 사례를 들어 100% 완전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고객 사례별 비율 격차를 조율해 최대 100%를 배상해야 한다고 밝혀 은행과 투자자간 갈등이 예상된다.
하나은행,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금 첫 지급 … 자율협의 속도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29일 일부 ELS 투자자들과의 합의를 거쳐 은행권 최초 배상금을 지급했다. 법령, 소비자보호 등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한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를 통해 투자자별 개별요소와 사실 확인 과정에서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배상절차가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도 투자자들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한 투명하고 신속한 배상절차 진행으로 투자자보호와 신뢰 회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콩H지수 기초 ELS를 가장 많이 판매한 KB국민은행은 금감원의 분쟁조정기준안에 따른 자율조정안을 결의하고 투자자에 대한 자율 배상을 진행키로 했다. 국민은행은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해 기존 고객보호 전담 부서와 함께 신속한 투자자 배상 처리를 지원한다.
신한은행도 금감원 기준안에 따라 기본 배상비율을 정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투자자별 고려 요소를 반영해 최종 배상비율을 산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4월부터 고객과 접촉해 배상 내용, 절차 등의 안내를 시작하고 배상비율 협의가 완료된 고객부터 배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은 홍콩 H지수 ELS 관련 고객 손실에 대한 자율배상안 승인 건을 의결했다. SC제일은행은 관련 위원회를 구성하고 고객 배상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자율조정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감독당국의 분쟁조정 가이드라인을 준용한 세부 조정방안을 수립하는 등 손실고객을 대상으로 조정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안에서 대다수 사례가 조정비율 20~60% 구간에 들어갈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금융권은 평균 40% 안팎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올해 상반기 만기 도래 H지수 ELS는 10조원 규모다. 대략 절반(50%)의 손실을 예상하면 평균 40% 배상에 약 2조원이 소요된다.
분쟁조정, 소송 가능성… "배상까지 수개월 걸릴 듯"
은행의 자율배상 순서는 고객별 배상비율을 결정해 통보하고 고객도 이에 합의하면 배상금을 지급해 사적화해가 이뤄지는 식이다. 은행의 배상비율에 만족하지 않는 가입자의 경우 분쟁조정이나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자들은 "전액 배상이 아닌 자율조정안은 거부한다"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은행이 ELS 상품을 설명하면서 투자 위험 일부를 누락하거나 왜곡된 내용을 전달하는 등 설명 의무 위반하고 내부통제도 부실하게 운영된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영업점 창구에서 개별적인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고령자 보호 기준 등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감원은 판매자 요인에 따라 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위반, 적합성 원칙 위반, 부당권유 금지 위반 등으로 총 40%의 배상비율을 제시했다.
투자자들은 비슷한 파생상품인 라임펀드와 옵티머스펀드 배상 사례를 들어 배상비율이 낮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 2020년 금감원 분조위는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플루토 TF-1호) 투자자에게 100% 배상을 결정했고지난 2021년 NH투자증권이 판매한 옵티머스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2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를 결정했다.
두 사례는 판매사가 자산운용사의 설명에만 의존해 투자자에게 투자제안서나 자체 제작한 상품숙지자료 등으로 설명했다고 봤다. 투자자가 판매사의 설명으로 어떤 투자가 이뤄지는지 주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다만 분조위의 배상 결정은 강제성이 없는 법적으로 사적 화해의 성격을 지니기 때문에 투자자와 판매사간 소송 등 법적절차를 밟은 경우도 발생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과 옵티머스 펀드는 상품 설계부터 운용상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분조위가 100% 배상을 권고하기도 했다"며 "ELS는 은행과 투자자 간 입장 차가 큰 데다 가입자 수도 많아 실제 배상이 이뤄지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