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경제=김교식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와 관련해 감독당국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면서 고개 숙여 사과했다.
13일 이 원장은 한국경제인협회 콘퍼런스홀에서 열린 ‘개인투자자와 함께하는 열린 토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홍콩H지수 연계 ELS 등 고난도 상품 판매에 대해 당국이 보다 면밀히 감독하지 못했다”며 “정부와 당국을 대표해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1차적으로 손실을 본 피해자들, 그리고 은행·증권사 근무자들께도 보다 정확한 기준을 제시해 드리지 못해 은행·증권사의 신뢰가 훼손된 점도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원장은 “반성에 기초해 앞으로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제도 개선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며 “가능하다면 이달 중에라도 당국, 업계, 학계, 협회, 전문가, 소비자 등 모두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개선안이 연내에 도출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ELS 분쟁조정 기준안에 따른 판매사 자율배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배임과 관련한 여러 법률 업무를 20년 넘게 해왔는데 그렇게 볼 것은 아니다”고 일축했다.
판매사들을 향해 자발적 배상에 나설 것도 촉구했다.
그는 “금감원에서 마련한 배상 가이드라인 기준은 법원 판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자율배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재판으로 갈 텐데, 거액의 금융비용을 들여 로펌만 배불리는 식으로 하는 게 맞는지는 스스로 판단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LS 대규모 배상 이후 은행 자산건전성을 우려하는 의견에도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다양한 시나리오 안에서 분석해 봤는데 (ELS 분담금 등에 따른) 자기자본비율(BIS) 등 건전성에 문제가 없고 주주 친화적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에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라며 “은행의 경우 국제 기준으로 8%를 보통주 자본비율로 보고 있는데 지난해 말 대형 5대 은행 기준으로 15.31%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1조 규모의 비용 부담이 필요하다면 실제로는 0.2% 정도의 보통주 자본비율 하락을 초래하는 정도 수준”이라며 “이미 15%를 상회하는 기준으로 보면 건전성 이슈는 없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