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월 한달간 국내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시장에서 결제한 금액은 8억2368만달러(약 1조967억원)다. 순매수 금액은 2억686만달러(2753억원)에 달한다.
ETF를 제외하고 가장 많이 사들인 주식은 일본의 대표 반도체 전공정 회사인 도쿄일렉트론(TOKYO ELECTRON)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이 회사 주식을 645만달러(85억원) 어치 사들였다.
2위는 반도체 테스트 및 솔루션 전문 회사 아드반테스트(ADVANTEST)가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아드반테스트를 264만달러(35억원)어치 담았다. 이외에도 이토추 상사(ITOCHU)를 244만달러(32억원)어치,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캐논(CANON)과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 화낙(FANUC)을 각각 213만달러(28억원), 213만달러(28억원)어치 사들였다.
ETF까지 포함할 경우 순매수 종목 순위 1위와 2위는 ETF가 차지했다. 국내 투자자가 일본 증시에서 가장 많이 거래한 종목은 엔화로 미국 국채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20년 이상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다. 한 달간 순매수 금액만 1억1170만달러(1487억원)로 집계됐다.
2위인 아이셰어즈 코어 7-10년 미국 국채 엔화 헤지 ETF(ISHARES CORE 7-1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ETF)의 순매수 금액은 950만달러(126억원)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관련 ETF 투자도 늘고 있다. 국내 투자자는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닛케이255 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타이거) 일본니케이225 ETF'를 91억2868만원어치 순매수했다. 지난해 10~12월 4억7601만원어치에서 19배가량 급증한 규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에이스) 일본Nikkei225(H) ETF'도 같은 기간 3억9180만원어치 순매도에서 11억3716만원어치 순매수로 돌아섰다.
일본 반도체 기업 ETF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일본의 대표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아리랑) 일본반도체소부장Solative ETF' 순매수액은 34억8300만원으로 지난해 10월~11월 기준 2억4981만원어치 순매도 흐름에서 돌아섰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이어져온 증시 활성화 정책 강화로 일본 증시 상승세가 단기간에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2015년 기업 지배구조 코드 도입 등을 진행했고 2022년엔 일본 거래소 개편 등을 통해 일본 주식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2023년엔 액티브 ETF를 시작하는 등 기시다 후미오 내각 출범 이후에도 증시 활성화 정책을 점차 강화했다.
최보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일본 주식시장 자금 유입을 위한 정책들이 연이어 공개되는 상황에 일본 대형 기업들은 예상보다 양호한 실적도 공개하고 있다"며 "연초 미국 IT 기업과 동조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해 11~12월 부진했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반발 매수세도 나타나 외국인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증시에서 올해 눈여겨볼 산업군으로는 반도체와 로봇, 소매 부문을 제시했다.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일본 증시의 초과수익은 수출주, 하반기는 내수주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올해는 일본 가계의 지출 여력이 실질적인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