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 등 4개 시중은행과 외국계 SC제일은행 등 5개사의 홍콩 ELS 만기 도래 원금은 1월부터 지난 7일까지 9860억원 규모다. 이 중 4562억원이 상환됐고, 529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확정 손실률은 평균 53.73%로 집계됐다.
ELS는 주가지수 등과 연계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홍콩 ELS는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연계한 것으로 지난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지만 현재 5200선으로 폭락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확대되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제기한 분쟁조정 및 민원도 약 3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H지수 연계 ELS 상품에 가입한 고객은 지난해 11월말 기준 15만3109명에 이른다.
특히 홍콩 ELS 가입자의 10명 중 4명이 60대 이상의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4만6790명으로 가장 많았다. 60대는 4만5231명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40대 2만3478명 ▲70대 1만5816명 ▲30대 1만278명 ▲20대 7724명 순이다. 20대 미만은 2541명, 80대는 1228명으로 90대 이상도 23명이 있다.
이런 상황과 대조적으로 5대 은행은 2020년부터 지난해 11월말까지 H지수 연계 ELS 판매로 3148억원의 수수료 수입(펀드 판매+신탁보수)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5일 '2024년 금감원 업무계획 브리핑'에서 은행·증권사를 향해 홍콩 ELS에 대한 자율배상을 직접 촉구하기도 했다. 다만 "금융사의 내부결정으로 자체 배상안 마련이 어렵다고 한다면 특별히 불이익을 줄 생각은 없다"며 강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와 관련해 시중은행들이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정해달라'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피해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국회를 상대로 "직접 사태를 해결해달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ELS 판매 금융사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이달 중 배상 기준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