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GS그룹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GS 관계자 A씨가 ‘GS칼텍스 허동수 회장 일가 비리를 제보합니다’는 내용으로 공정위에 내부 고발을 하면서다. 공정위는 지난 2월 기업집단국 공시점검과에 사건을 배정했으며 지난달 현장조사를 마쳤다. GS그룹은 법무법인 율촌을 선임하고 공정위 조사대응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리는 등 대응에 나섰다.
공정위가 GS그룹에 불공정 행위 혐의를 두는 것은 크게 세 가지 대목이다. 우선 그룹의 시스템통합(SI)업체인 GS ITM이 오너 일가에 대한 부당이득 제공 창구로 쓰였는지 여부다. GS ITM의 지분 80%는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JKL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그 전까지는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등 GS 오너 일가가 100% 소유하고 있었다.
GS ITM의 내부거래 비중은 2018년 전까지 70%를 웃돌았고 지금도 60~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지분을 매각한 것은 오너 일가의 지분율이 20% 이상인 비상장사는 내부거래 금액이 200억원이 넘거나 연 매출의 12% 이상일 경우 공정위 제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S 오너 일가는 매각 당시 GS ITM을 2023년까지 기업공개하고 지분 10%를 되살 수 있는 콜옵션 조항을 단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공정위는 이런 거래가 법규 위반에 해당하는지 점검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신문이 GS그룹에 질의하자 GS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2018년 GS ITM을 사모펀드에 매각한 것”이라며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사항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공정위는 홍콩 해운사인 오리엔탈쉬핑이 실제로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개인 회사라는 제보의 사실 여부도 검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직 GS칼텍스 간부들이 대표와 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공정위는 GS칼텍스가 원유 운반선 장기계약의 절반가량을 이 회사에 몰아준 이유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A씨는 제보를 통해 “일감을 몰아주면서 다른 해운사 대비 10~20% 더 높은 운임을 오리엔탈쉬핑에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GS그룹은 “기업 간 거래는 관련 규정과 원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선박 운임은 마켓 레벨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도 “세부적인 내용은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허준홍 삼양통상 대표,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삼양인터내셔날도 공정위의 주요 조사대상이다. 이 회사는 GS칼텍스 싱가포르 법인에서 연간 약 5000억원 이상의 윤활유를 매입해 해외에 판매하고 있다. 윤활유 판매와 관련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 ‘통과세’만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게 공정위의 의심이다. GS그룹은 이에 대해서도 “세부적 내용은 사실 확인이 어렵다”고 되풀이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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