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인공지능(AI) 영상인식 전문기업 씨유박스(대표이사 남운성)가 공모가를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밴드 하단 보다 12.8%가량 낮은 가격이다. 상장예정 주식 수의 절반에 근접한 높은 유통물량이 부담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상장했거나 수요예측 결과를 내놓은 IPO기업 중 희망밴드 하단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공모가를 확정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씨유박스는 공모가를 전략적으로 결정한 만큼 AI 영상인식 국내 시장 선도기업으로서 상장 이후 주주가치 제고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씨유박스는 지난 3~4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공모가를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밴드(1만7200~2만3200원) 하단 대비 12.8% 낮은 가격이다. 확정 공모가 기준 공모규모는 225억원이며, 상장 몸값은 1495억원 수준이다.
양일간 수요예측에는 총 578곳의 기관이 참여했다. 총 공모주식 수의 70%인 105만주에 대해 수요예측을 진행했으며, 총 9076만7000주의 주문이 접수됐다. 그 결과 경쟁률은 86.44대 1을 기록했다. 참여기관들은 신청수량 기준 23.84%(가격미제시 4.98% 포함)를 희망밴드 상단 이상에 써내기도 했으나, 67%가량의 물량을 밴드하단 미만에 응찰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회사와 주관사는 수요예측 후 협의 끝에 공모가를 1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이번 수요예측 부진에는 특히 유통물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소형 IPO 공모에서 유통물량은 상장 초기 단기수급을 좌우할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꼽힌다. 씨유박스는 총 996만6633주를 발행주식 수로 이달 중 상장할 예정이다. 이 중 상장일로부터 유통이 가능한 물량은 49.03%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최대주주 측은 물론이고 전략적 투자자나 재무적 투자자 보유지분의 대부분은 1개월 이상의 보호예수가 걸렸지만, 31.08%에 이르는 기타 투자자들의 지분이 유통가능 물량으로 잡히면서 유통비율이 높아진 상태다. 이는 대부분 장외시장에서 매입한 개인투자자들의 지분으로 추정된다. 다만 기관투자자들이 이번 공모주 수요예측에서 전체 신청수량의 3.69%에 대해 의무보유 확약을 했기 때문에 실제 상장일부터 유통가능한 물량은 좀 더 낮아질 수 있다.
남운성 씨유박스 대표이사는 “시장 상황에 맞춰 공모가를 확정하게 됐다. AI 영상인식 분야에서의 씨유박스의 성장 가능성과 비전을 믿고 수요예측에 참여해주신 투자자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며 “실적달성 및 사업확장, 그리고 글로벌 최고의 AI기술 증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해 IPO기업 중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에 미달하는 가격에 결정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앞서 1분기에 상장한 티이엠씨, 삼기이브이,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수요예측 부진으로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에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결정했다. 티이엠씨의 공모가는 밴드하단 대비 12.5% 낮은 가격이며, 삼기이브이와 지아이이노베이션은 각각 20.3%와 18.8%를 하향 조정했다. 공모성적은 저조했어도 상장 이후 이들 기업의 공모수익률은 현재도 30% 이상을 웃돌고 있다. 공모가를 낮추면서 투자매력도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씨유박스가 상장 후 이들 기업과 같은 흐름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씨유박스는 오는 9~10일 청약을 진행한다. 대표주관회사인 신한투자증권과 공동주관회사인 SK증권, 인수회사인 신영증권에서 받는다. 총 공모주식 수의 5%인 7만5000주는 우리사주조합에, 25%인 37만5000주는 일반투자자에 배정됐다. 나머지는 기관투자자 몫이다. 일반투자자의 경우 최소 청약주식 수는 50주다.
2010년 설립된 씨유박스는 AI 영상인식 전문기업이다. AI 얼굴인식, AI 객체인식, AI 학습데이터 사업을 하고 있다. AI 얼굴인식은 지난 2021년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의 FRVT(Face Recognition Vendor Test) 5개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달성하면서 기술력을 특히 인정받았다.
회사 측은 "당사는 2021년 제출한 알고리즘이 현재도 글로벌 톱티어 수준에 위치해 있을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알고리즘 제작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올해 가을 NIST FRVT에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제출해 AI 얼굴인식 기술력을 다시한번 입증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씨유박스는 이 같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AI 얼굴인식 시스템, AI얼굴인식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AI 객체인식 분야로 기술을 확장해 3D X-Ray 보안검색대 AI 판독 솔루션, AI 오더피킹 로봇 등으로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 중이다.
공모로 조달되는 자금은 연구개발과 장비 투자 등에 활용된다.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알고리즘 등의 개발을 위한 핵심 장비인 GPU(그래픽 처리장치) 서버를 늘려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