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김효진 기자] 이달 1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예정인 엔젯이 공모가를 1만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희망밴드 하단을 16.7% 밑도는 가격이다.
지난해 영업흑자 전환 이후 올해 상반기 실적성장을 가속화했지만 원하는 몸값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회사는 원천기술인 EHD프린팅 및 코팅 솔루션의 적용처 확대에 따른 수요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이번 공모를 발판삼아 생산능력 확대 등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8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엔젯은 이달 18일 코스닥 입성을 위해 210만주를 공모하고 있다. 이 중 147만~157만5000주를 대상으로 지난 3~4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진행해 공모가를 1만원으로 결정했다. 확정 공모가는 희망공모가 밴드(1만2000~1만5200원)의 하단에 미달하는 가격이다.
수요예측에는 293곳의 국내외 기관이 참여했으며, 경쟁률은 42.15대 1에 그쳤다. 신청수량 기준 가격 미제시가 17.59%에 달했으나 경쟁률이 낮은데다 1만2000원 미만에 신청이 몰리면서 공모가를 당초 희망범위 보다 낮은 수준에 결정했다. 참여건수 기준으로도 1만2000원 미만을 써낸 기관이 많았다.
엔젯은 소부장특례 트랙으로 이번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성장기업의 경우 재무성과가 가시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엔젯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턴어라운드했다. 매출은 101억원을 달성해 전년대비 20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14억원 적자에서 18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상반기에도 실적개선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매출액 115억원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해 매출과 이익이 모두 전년 온기실적을 초과 달성했다.
다만 이번 공모는 올해 실적이 아닌 2023년과 2024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진행하고 있다. 고객사 설비투자 및 생산 계획 등을 토대로 추정한 2023년과 2024년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146억원과 231억원이며, 이를 3분기말로 현가화 해 산술 평균했다.
상장을 주관한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올해 1월 3000선이었던 코스피가 글로벌 증시 침체로 2300까지 떨어지며 IPO시장도 위축된 상황”이라며 “엔젯은 202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큰 폭의 실적 성장을 보인 기업이기 때문에 앞으로 본격적인 성장 여력을 고려한다면 아쉬움이 남는 결과”라고 전했다.
2009년 설립된 엔젯은 초정밀 잉크젯 프린팅 기술 전문기업이다. 독자적인 EHD (ElectroHydroDynamic, 전기수력학) 기술이 적용된 프린팅 및 코팅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장비뿐만 아니라 소모품인 부품과 소재까지 토탈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디스플레이, 반도체, 바이오, 2차전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EHD 프린팅 기술은 정전기력을 이용해 잉크를 제어하고 토출하는 방식으로 엔젯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했다. 현재 인쇄전자 산업은 고정밀도∙고해상도∙고점도 프린팅을 요구하고 있는데, 엔젯의 EHD프린팅 기술은 1μm까지도 초미세한 프린팅이 가능하고 도포도 정밀하게 이뤄진다. EHD프린팅은 6단계를 거쳐야 하는 기존 포토리소그래피 공정을 대폭 단축할 수 있어 초기투자비용이 덜 들고 친환경 인쇄전자 공정이라는 장점도 있다.
글로벌 고객사와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시장을 선점한 것 또한 주요한 경쟁력이다. 삼성전자 (KS:005930), 삼성 디스플레이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 EHD 기술 기반 공정 공동개발과 양산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에는 미국 반도체 장비 1위 기업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Applied Materials)로부터 투자를 받고 디스플레이, 반도체, 태양광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전략적 협업을 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시장 진출의 발판이 될 것이란 설명이다.
엔젯은 한발 더 나아가 EHD 기술을 고도화한 iEHD 기술도 개발했다. iEHD은 멀티노즐이 가능해 대면적 프린팅이나 코팅을 수행할 수 있고 새로운 응용처를 발굴할 수 있다. 회사는 적용 분야에 따라 EHD와 iEHD를 구분해 각각의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다양한 멀티노즐에 대한 개발을 진행 중인 가운데 현재 16노즐은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테스트 중이다.
이번 공모주 청약은 오는 9일과 10일 양일간 진행되며, 미래에셋증권에서 할 수 있다. 상장 후 공모자금은 생산설비 확대와 인재영입, 연구개발에 활용될 예정이다. 시설투자의 경우 올해 3월 팹 완공에 이어 추가로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