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예상됐던 CJ올리브영이 IPO를 미루기로 했다. 증시 부진으로 적절한 기업가치를 평가받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CJ올리브영은 4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로 하반기 IPO대어 중 하나로 주목을 받아왔다. 유동성이 악화된 올해는 대어급 IPO들이 특히 고전하고 있는 형국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구창근 CJ올리브영 대표는 지난 1일 내부회의에서 IPO를 잠정 연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주주 의견 등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아직은 IPO 재개 시점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 2020년에 2022년 상장 추진을 공식화했다. 그 후 지난해 11월 미래에셋증권과 모건스탠리를 대표 주관사로, KB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공동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CJ올리브영의 IPO에 관심이 쏠렸던 이유 중의 하나는 CJ그룹 오너가의 경영승계와 연관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의 최대 주주는 지분 51.51%를 보유한 CJ다. 이재현 CJ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가 11.04%, 딸 이경후 CJ ENM (KQ:035760) 경영리더가 4.21%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그룹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CJ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데, 증여세 납부나 지분 추가 매입 등을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들은 앞서 프리IPO에서 보유 중이던 CJ올리브영 구주를 일부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고 10년 후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로 전환될 수 있는 CJ 우선주를 사들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 업계에서는 기업가치를 높이 받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에서 CJ올리브영이 상장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호실적으로 주머니 사정이 개선된 점도 상장을 미루는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2조1192억원에 영업이익 1378억원을 거뒀다. 전년 대비 각각 13%, 37%가량 증가한 수치다. 순이익도 95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카테고리 다변화, 자체 브랜드 경쟁력 강화를 통한 상품 차별화, 온라인 플랫폼 경쟁력 강화, 당일배송 시스템 ‘오늘드림’ 및 V커머스 서비스 ‘올라이브’ 등 옴니채널 고도화 전략 등이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증시는 지속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6월 이후 내리막길을 타고 있다. 올해 인플레이션 및 빅스텝으로 인한 통화긴축으로 하락 속도가 더 가팔라졌다. 올해 들어 코스피 지수는 20%가량 하락한 상태다.
여기에 올해는 유독 대어급 IPO의 부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KS:302440), SK아이이테크놀로지, 카카오뱅크 (KS:323410), 크래프톤, 현대중공업, 카카오페이 등 공모규모가 조단위인 대어급들이 대거 입성한 지난해와는 대조적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대어급으로 평가받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했다. 구주매출과 고평가 논란 등이 발목을 잡았다. 하반기 들어서는 기대주였던 현대오일뱅크가 상장을 철회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올해 주식시장이 침체돼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받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투자은행업계에서는 정유업계 호황으로 곳간이 두둑해진 만큼 굳이 IPO를 진행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