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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증권, IPO 주관순위와 맞바꾼 평판

입력: 2024- 12- 11- 오후 06:15
KB증권, IPO 주관순위와 맞바꾼 평판

[더스탁=이경주 기자] 올 연말 대어 엠앤씨솔루션(MNC솔루션)이 기관수요예측에서 올 최하위권 경쟁률을 기록하고도 상장 강행을 택한 것은 발행사보다는 KB증권의 의지가 컸다. 올 IPO 주관순위 1위 달성을 위해선 엠앤씨솔루션 상장실적이 꼭 필요했고 결국 실현했다.

공모주와 하우스(KB증권)에 대한 평판이 악화한 것이 문제다. 기관이 외면하면서 직원 청약까지 저조했고 결국 실권주가 발생해 KB증권이 떠안았다. 실권이 난 주식은 상장 후에도 주목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계엄령 사태로 피어그룹 주가까지 급락해 공모주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는 악재가 겹쳤다.

이에 일각에선 엠앤씨솔루션 상장일 주가흐름을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공모주주들이 상당한 타격을 볼 수 있는데 대어라 충격이 시장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 KB증권이 주관순위와 평판을 맞바꿨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8대1 경쟁률, 30억 실권주...'안팔린 공모주' 평판 감수

엠앤씨솔루션은 이달 10일 증권실적발행보고서 공시를 통해 직원청약에서 대규모 미달이 난 사실을 공개했다. 우리사주조합에 최초 배정된 주식은 전체(240만주)의 20%(48만주)로 확정공모가 기준 금액이 312억원이었다. 하지만 청약률이 20%에 그치며 최종 배정주식은 9만2142주(59억원)이 됐다. 252억원어치가 직원청약에서 미달 됐다.

발행사는 미달분 가운데 150억원은 기관투자자에게, 68억원은 일반투자자에게 추가 배정했다. 이에 기관배정액은 최초 858억원(55%)에서 최종 1008억원(64,7%)이 됐고, 일반투자자 배정액은 최초 390억원(25%)에서 최종 458억원(29.4%)이 됐다.

추가 배정 후 남은 주식 4만9611주는 대표주관사와 인수단이 인수비율대로 나눠 인수하기로 했다. 전체 공모주의 2% 수준이 최종 실권주다. KB증권이 4만6035주(약 30억원),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이 각 1788주(1억1622만원)를 샀다.

KB증권이 올 연말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침체됐음에도 상장을 강행한 결과다. 기관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8.18대 1에 그쳤는데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치다. 희망밴드(8만~9만3300원) 내에선 북(공모액)을 채우지 못했던 상황이다. KB증권은 공모가를 희망밴드 하단(8만원)보다 19% 저렴한 6만5000원으로 낮추고, 공모주식수도 최초 직전 300만주에서 240만주로 줄이는 강수를 두며 상장 요건을 맞춰냈다.

◇ KB증권이 밀어붙인 딜...공모투자자 손익과 바꾼 주관순위

KB증권이 강행을 택한 이유는 IPO주관순위 때문이다. IB관계자는 "상장강행은 주관사가 밀어 붙여 추진된 것으로 발행사는 시장침체를 의식해 미온적이었다"며 "KB증권은 올해 다시 IPO 주관순위 선두에 서길 원했다"고 말했다.

KB증권은 본래 부채자본시장(DCM) 강자로 ECM(주식자본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IPO 대표주관 순위가 2021년까지 만해도 5위권 밖에 머물렀다. 그러다 2022년 사상 최대어 LG에너지솔루션 대표주관을 해내며 일약했다. 그해 대표주관실적이 3조4345억원으로 처음으로 1위를 달성했다. 그런데 2023년엔 다시 5위(실적 2783억원)로 밀려났고 이에 올해 작심하고 다시 선두진입을 노린 모습이다.

특히 엠앤씨솔루션은 연말에 남은 유일한 대어라 딜을 성사시키면 1위 달성이 유력해진다. KB증권은 엠앤씨솔루션 실적이 반영되기 전인 이달 9일 기준 대표주관실적이 5209억원으로 1위 한국투자증권(6646억원)과 2위 미래에셋증권(5990억원)에 이은 3위였다. 엠앤씨솔루션 실적(1560억원)을 반영하면 대표주관액이 6768억원으로 늘어나 한국투자증권을 앞서 1위에 등극한다.

DCM과 ECM을 아우르는 IB업계 최강자 타이틀이 일회성이 아니었음을 올해 증명하는 것이 된다. 반면 KB증권의 순위집착은 시장엔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우선 엠앤씨솔루션 청약에 참여한 공모주주들 피해가 우려된다.

앰엔씨솔루션은 기관수요예측 흥행실패로 공모액을 대폭 줄였음에도 직원과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실권이 발생했다. 평판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상장 전 청약단계에서 완판에 실패한 공모주는 상장 후에도 관심이 저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공모가 확정 직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무산 사태가 발생하며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주요 피어그룹인 LIG넥스원 주가가 급락하는 이벤트가 발생했다. 탄핵무산(7일) 이후 첫 거래일인 이달 9일 LIG넥스원 종가는 17만1100원으로 전 거래일(18만890원) 대비 9.42% 폭락했다. 계염령이 선포된 이달 3일 종가(20만3500원)와 비교하면 15.9% 하락했다. 피어그룹은 아니지만 국내 대표적 방산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9일 종가가 27만9000원으로 3일 종가(33만8500원) 대비 17.6% 낮아졌다.

앰엔씨솔루션 공모주는 이 같은 방산업체 공통의 악재가 반영되지 않은 비싼 가격이 됐다. 이는 상장 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엠앤씨솔루션은 오는 16일이 상장예정일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방산 주가급락은 탄핵무산으로 그간 주가를 견인했던 K-방산수출 에퀴티스토리가 약해졌기 때문”이라며 “엠앤씨솔루션 공모가엔 반영되지 않은 이벤트인 만큼 상장일에 큰 폭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하우스들도 KB증권의 순위집착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다른 대형IB 관계자는 “엠앤씨솔루션은 처음 제안한 밸류(약 8800억원)도 굉장히 높았는데 KB증권이 주관사입찰경쟁 당시 딜을 수임하려고 비싼 값을 제시했던 영향이 크다”며 “여기에 시기냉각기에 상장을 강행해 시장에 불확실성을 안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엠앤씨솔루션이 대어라 공모주주들이 피해를 입게 되면 줄줄이 다른 딜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KB증권이 순위는 얻겠지만 하우스에 대한 평판은 악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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