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NH투자증권 IPO본부장 인사는 최근 변화된 공모주 시장환경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수년 전만해도 톱티어 하우스들은 시대흐름을 빠르게 쫓기 위해 '젊은 피'를 전면에 내세우기 바빴다. 2차전지와 플랫폼, 바이오 등 성장섹터에서 쏟아지는 핵심 딜에 기민하게 대처하는데 주력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상황이 됐다. 펜데믹 이후로 딜이 넘쳐나면서 리스크도 감당하기 힘들만큼 늘었다. 동학개미운동이라 일컬어지는 개미투자자들의 대규모 유입으로 감독당국의 눈초리도 매서워졌다. ‘파두 사태’가 이를 함축한다.
이른 바 ‘관리’가 중요해진 시기가 됐고 수장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경륜’이 됐다. NH투자증권이 50대 본부장 최강원 상무를 발탁한 이유로 풀이된다. 업계에선 NH투자증권 뿐 아니라 다른 톱티어 하우스들도 향후 몇 년간은 비슷한 흐름의 인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NH투자증권은 3일 정기인사발표를 통해 신임 ECM본부장으로 최강원 홍콩법인장(상무보)를 선임한 사실을 알렸다. 전임인 김중곤 상무가 6년간 사령탑을 맡아왔기 때문에 바통터치가 필요한 상황이긴 했다. 그런데 내부(ECM본부)조직 젊은 부서장들이 아닌 외부(홍콩법인)에서 50대 본부장을 발탁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CM본부는 1~3부가 있는데 모두 40대 초반 부서장들이 이끌고 있다. ECM1부는 1980년생(만43세)인 김기환 부서장, ECM2부는 1979년생(만44세) 곽형서 부서장, ECM3부는 1980년생(만43세) 윤종윤 부서장이 맡고 있다. 최 상무는 1973년생으로 만 50세다.
최 상무는 주니어시절 정영채 전 사장 밑에서 IPO실무를 배우긴했으나 후반부 경력은 대다수 해외에서 보냈다. 이에 최근 IPO 시장 트렌드엔 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NH투자증권은 장기간 IPO 시장 톱3를 유지한 정통강자라 매년 달성해야 할 실적 기준치가 높다. 본부장의 부담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최 상무를 발탁한 것은 경륜을 기반으로 한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이 늘어난 딜로 인해 유독 고초를 많이 겪은 하우스다. 파두의 대표주관사가 NH투자증권이었다.
파두는 1조5000억원에 이르는 기업가치(밸류)로 지난해 8월 상장했다. 특례상장을 택해 미래 예상실적을 끌어와 밸류에 적용했는데 공모 당시 예상한 지난해 연간매출이 1200억원대였다. 하지만 상장 직후 처음으로 발표한 매출이 2분기와 3분기를 합해 매출이 4억원에 그쳤고 주가는 폭락했다.
파두가 저조한 매출을 고의로 숨겼다는 것이 사태의 핵심인데, 투자자들은 주관사에 대해서도 제대로 리스크를 파악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NH투자증권 등을 대상으로 파두 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근엔 NH투자증권이 주관했던 하이브에서도 잡음이 발생했다. 하이브가 2020년 10월 상장하기 전 방시혁 의장이 복수의 사모펀드운용사(PEF)와 IPO가 성공하면 PEF 매각차익의 약 30%를 받는 조건의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계약에 따라 방 의장은 약 400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대주주는 발행사 주가안정을 위해 재무적투자자(FI)들에게 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하는 보호예수를 권유한다. 반면 방 의장은 FI들이 엑시트하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했던 상황이고 FI들은 보호예수가 저조했다. 이에 FI들은 상장직후 주식을 대거 팔수 있었고 하이브 주가는 급락했다. 역시 주관사 리스크 체킹 역량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나이와 경륜을 중시하는 인사트렌드는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동종업계에서 향후 몇 년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에선 80년대생 리더가 속속 배출되고 있지만 IPO시장에선 70년대 초중반 인재가 여전히 중시될 수 있다. 또 다른 빅3 하우스인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단행한 인사를 보면 비슷한 분위기다.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IPO본부장이 성주완 전무로 1972년생(만 51세)인데 이번 인사에서 변화를 주지 않았다.
남은 빅3인 한국투자증권은 1970년생(만 53세)인 최신호 상무가 IPO를 하는 IB1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데 아직 연말 인사는 나지 않았다. 차기 리더 후보는 선임자 순으로 방한철 IPO2담당으로 1973년생(51세), 김해광 IPO1담당은 1978년생(45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조인직 IPO3팀장이 1976년생, 김진태 IPO2팀장이 1975년생으로 선배대열에 있다. KB증권에선 1978년생인 이상훈 상무가 유력한 차기리더로 꼽힌다.
IB관계자는 “수년전에는 딜만 잘 수행하면 됐고 젊은 피들이 강점을 가진 부분이었다”며 “지금은 딜은 기본이고 리스크관리 능력까지 중요해진 시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리더에게 감독당국과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정무감각이 요구되고 있다”며 “당분간 경험 많은 중량급 인사를 선호하는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