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디케이티(DKT)가 4분기 호실적으로 2024년 대미를 장식할 전망이다.
증권가 컨센서스만으로 올 연간 사상 최대실적 달성이 유력하다. 전년 대비 매출은 40%. 영업이익은 60% 가량 폭증했다. 올 연말에 공급이 본격화하는 제품이 있어 실제 실적은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라는 어려운 대외 환경을 극복한 결과라 더욱 뜻 깊다. 신규 사업영역인 ‘전장’이 성공적으로 연착륙한 것이 비결이다.
성장은 내년에도 지속된다. 전장은 수주잔고가 3조원에 이른다. 글로벌에서 핫한 전력사업에도 ESS(대규모저장장치)용 모듈로 글로벌 배터리사와 함께 공동진출한다.
디케이티 베트남 공장 전경(사진:디케이티 제공)
◇ 올 연간 영업익 약 240억 ‘사상 최대’
권태우 KB증권 연구원 리포트에 따르면 디케이티는 올 4분기 연결기준 예상 매출이 808억원, 영업이익은 35억원이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11.7% 늘어난 수치다. 외형과 수익성 모두 두자릿 수 증가율을 달성하며 대미를 장식하는 셈이다.
실제 실적은 더 좋을 수 있다. 증권업계는 디케이티가 올 4분기에 △본업인 스마트폰부품 부문에서 S시리즈 관련 부품 수요가 증가하는 흐름에 있고 △신사업인 P LBM(차량용 보조 배터리 모듈)와 ESS용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 물량 공급도 본격화되면서 실적이 컨센서스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디케이티는 전분기에도 전망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올 3분기 연결매출은 817억원, 영업이익은 50억원이었다. KB증권이 올 9월 예상했던 매출(745억원)보다 9.7%, 영업이익(37억원)은 35.1% 높은 수치였다.
이에 일각에선 디케이티가 사상 처음으로 올 연간 매출이 4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본다. 4분기에 매출 1000억원이 넘으면 달성 가능하다. 올 3분까지는 비슷한 호실적을 기록했다. 3분기누적 매출은 3051억원, 영업이익은 202억원이다. 전년 동기에 비해 매출은 43.8%, 영업이익은 76.2% 폭증한 수치다.
컨센서스 수준만 달성해도 올해 예상매출은 3859억원, 영업이익은 237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이 된다. 직전 최대실적은 2022년 기록한 매출 3635억원, 영업이익 211억원이었다.
◇ AI폰 열풍에 FPCA 단가 상승…내년엔 PCM도 성장
주력사업(스마트폰)과 신사업(전장)이 모두 잘된 결과다. 우선 주력인 스마트폰 FPCA(연성인쇄회로실장) 사업은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를 탑재해 출시한 플래그십 제품이 돌풍을 일으키며 낙수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스마트폰 부품 매출이 올 3분기 누적으로만 1613억원으로 전년 연간(1618억원)치를 달성했다. AI폰에 필요한 FPCA는 실장 부품수도 기존모델보다 많아져 평균판매단가(ASP) 상승으로 수익성 개선효과까지 안겨준 것으로 전해진다.
FPCA 뿐 아니라 스마트폰 부품사업 내 또 다른 제품인 배터리보호회로(PCM)에도 성장스토리가 생겼다. 최근 스마트폰에 온디바이스(On-Device) AI가 적용되는 모델이 확대되면서 배터리 효율향상을 위한 스팩(Spec) 업그레이드가 요구되고 있다. 디케이티는 기존 PCM의 상위 호환인 S-PCM 개발을 완료하여 내년 폴더블 및 플래그십 모델부터 적용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디케이티 모바일용 FPCA와 PCM 모형(사진:홈페이지)
◇ ‘전장’ 수주잔고 3조원, 테슬라도 고객사로
신사업인 전장은 완벽히 안착했다. 디케이티는 무선모바일충전기(Wireless Mobile Device Charger, WMDC)로 전장 밸류체인에 합류하고 있다. 모회사인 비에이치와 함께 2022년 인수한 BH EVS가 그룹 전장사업 물꼬를 트는 역할을 했다. BH EVS는 전신이 ‘LG전자 VS사업본부 차량용 모바일 무선충전사업부’로 GM과 스텔란티스, 혼다 등을 이미 고객사로 두고 있었다.
디케이티는 BH EVS의 WMDC 제품 위탁생산을 맡고 있다. 디케이티 WMDC 매출은 지난해 3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는 3분기누적으로 416억원을 달성했다. 3분기 매출은 18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할 정도로 커졌다.
특히 중장기 성장도 확정적이다. 올해 BH EVS가 복수의 유럽 완성차 업체로부터 WMDC 대규모 수주를 따내면서 앞으로 10년간 공급할 수주잔고가 약 3조원에 달하게 됐다. 더불어 BH EVS는 최근 북미 최대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를 신규 고객사로 확보하는 성과를 냈다. 모두 디케이티가 직접적인 낙수효과를 받는 호재들이다.
디케이티는 BH EVS의 WMDC 위탁생산을 지속 늘리고 있다. 올해는 BH EVS의 기존 거래처가 생산했던 연간 물량의 20%에 달하는 수주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70% 이상을 담당할 전망이다.
WMDC 모형도(사진:홈페이지)
◇ 제2의 신사업 ESS용 BMS는 내년 개화
내년엔 전장에 이은 제2의 신사업인 ESS(대규모저장장치)도 성장에 가세한다. 디케이티는 기존 모바일 배터리 PCM사업에서의 제조기술을 활용해 ESS용 BMS(배터리관리시스템) 모듈사업을 육성해왔는데 상용화가 목전이다. 올해 국내 K배터리 고객사의 요구 품질을 충족함에 따라 초도 물량을 올 3분기까지 공급했다. 내년엔 K배터리사와 함께 북미시장에 공동 진출하기로 했다.
ESS는 떠오르는 전력 밸류체인이다. 최근 수년 새 AI서비스가 대중화하면서 전력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글로벌적으로 확산됐고,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와 함께 ESS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이에 글로벌 시장 분석업체 모도 인텔리전스(Modor intelligence)는 글로벌 BMS 시장규모가 2024년 93억 달러(약 13조원)에서 해마다 4.85%씩 성장해 2029년에는 111억 달러(약 1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케이티는 이 같은 전방시장 성장과 잠재수요에 대응키 위해 지속적인 R&D를 진행해왔다.
BMS 모형도(사진:홈페이지)
이밖에 국내 완성차 고객사용 P-LBM(Parking-Lithium Battery Module, 차량용 보조배터리 모듈)도 베트남 공장 인증 절차가 완료돼 올 3분기에 초도 물량 공급이 진행됐다. P-LBM은 환경에 맞춰 충전과 방전을 실행하면서 전력이 필요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원격 조종, 차량 내 블랙박스 녹화 등이 차질 없이 기능하도록 한다.
이 시스템은 보조 배터리를 추가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이용자의 유지비용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디케이티는 P-LBM 공급을 시작으로 완성차들이 추구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VD, Software Defined Vehicle) 비즈니스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올해는 디케이티 사업 다각화의 원년이라고 볼 수 있다. 모바일 중심 사업구조에서 IT와 전장, 신사업 등으로 성공적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신사업 매출비중이 연간으로 전체의 30% 가량을 차지해 전년(10%)보다 20%포인트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ESS용 BMS와 P-LBM는 수익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디케이티 관계자는 “앞으로도 신규 사업의 지속적인 발굴과 고객사간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각각의 시장과 고객에 따른 가장 적합한 형태의 제품을 공급하여 빠르게 성과를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