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꿈의 암 치료기'를 개발하고 있는 다원메닥스가 기업공개(IPO)를 포기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예비심사(예심)를 기약 없이 오래 끌자 스스로 절차를 중단했다. 7년전부터 다원메닥스에 투자해왔던 재무적투자자(FI)의 자금회수(엑시트) 계획도 어그러졌다.
선형가속기 기반의 중성자발생장치(사진:다원메닥스 홈페이지)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다원메닥스는 전일(6일)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에 예심철회 의사를 전달했다. 올 4월 25일 예심청구를 한지 6개월여 지난 시점이다. 예심은 본래 2개월(45영업일)이 걸리는데 청구서에 하자가 있을 경우 거래소는 보완을 요청할 수 있다. 심사가 길어지는 이유다.
특히 거래소의 보완요구가 지속되거나 단기에 치유하기 어려운 하자가 발견될 경우 발행사가 심사를 자진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 다원메닥스도 4개월 이상 거래소 보완요구에 대응하다가 포기한 것으로 추정된다.
FI 입장에선 투자기간이 긴만큼 실망감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다원메닥스는 코스닥 상장사이자 철도차량(전동차) 제조사인 다원시스의 자회사다. 다윈시스가 2023년 말 기준 지분 33.98%를 보유하고 있다.
다원메닥스는 2015년 설립됐는데 암치료에 쓰이는 대형 의료기기인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BNCT)를 개발해왔다. BNCT는 붕소의약품과 의료용 가속장치를 이용해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역할을 한다.
치료과정은 암세포에 달라붙는 붕소의약품을 우선 정맥주사 한다. 이어 방사선 치료에 쓰이는 가속기로 중성자를 발생시키는데 붕소와 중성자가 만나면 핵분열을 일으키고, 여기서 발생한 에너지가 암세포를 사멸한다.
다원메닥스 BNTC 가속기(사진:다원시스 사업보고서)
모회사 다원시스는 BNCT에 필요한 핵심부품인 전원공급장치와 입사기, 빔라인 등 주요장치를 개발하고 공급해왔다.
BNCT는 기전 상 세포 단위 치료가 가능해 정상세포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높은 암세포 사멸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현재 의료기술로 치료가 어려운 뇌종양이나 두경부암, 피부 흑색종 등에 뛰어난 치료 효과가 있다.
비용과 부작용이 큰 항암치료나 30~40회 이상을 받아야 하는 방선치료 대비 간편하다는 것도 큰 이점이었다. BNTC는 1~2회 치료만 요하고 1회 치료시간도 30분에서 1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이유다.
BNTC 암치료 이점(사진:다원메닥스 홈페이지)
기존엔 중성자를 원자로에서 밖에 얻을 수 없어 BNTC 상용화가 어려웠는데 의료용 가속기기술의 발전으로 병원에서도 상용화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이 시장 선두기업은 일본 스미토모중공업으로 2020년 3월 원형가속기 기반 BNTC시스템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다원메닥스는 원형이 아닌 선형가속기 기반이라는 것이 다르다. 기술개발에도 상당한 진척이 있었다. 국내에서 2022년 12월부터 고등급 교종(악성 뇌종양)에 대한 임상1상을 진행했고 올 9월 식품안전의약처로부터 2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아냈다. 두경부암 대상으론 올 3월 임상1상을 시작했다.
IPO를 추진한 배경이다. 그런데 거래소 장벽이 생각보다도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긴 시간 자금을 대준 FI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됐다. 다원메딕스는 2017년부터 12월 149억원, 2018년 2월 15억원, 2019년 9월 140억원어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누적 투자금이 304억원이다.
2017년 첫 RCPS 투자자는 △SV인베스트먼트(30억원)와 △유큐아이파트너스(25억원) △산은캐피탈(20억원) △플래티넘기술투자(20억원) △윈베스트벤처투자(5억원) 등이다. 2023년 말 기준 2대주주는 ‘산은캐피탈 등’으로 지분율이 32.13%로 상당하다.
발행사와 FI들은 2018년부터 IPO를 타진해왔다. 그해 대표주관사(NH투자증권)를 선정했었다. 6년이 지난 올해가 돼서야 예심 청구를 하게 됐는데 거래소 문턱을 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