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탁=이경주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기관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적잖은 기관이 희망밴드 하단 이하 구간에 베팅했다.
케이뱅크는 16일 오후 5시 기관수요예측을 마감했다. 이날 마감 이후로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서로 간 베팅 내역을 공유하고 있는데 대다수가 희망밴드 하단이나 하단 미만 구간에 베팅한 분위기다.
(사진:홈페이지)
한 기관투자자는 “기관들 베팅 분위기를 보면 공모가를 상단으로 정하기는 어렵고 밴드 하단이나 하단 미만으로 정하게 될 것 같다”며 “막판에 대형 연기금이 밴드 내에서 참여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면 '하단 미만'은 피할 수 있고 ‘하단’이 유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뱅크측은 기관들이 전하는 분위기가 사실이냐는 질의에 대해 “집계가 마무리되기 전이라 (주관사로부터) 내용을 전달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어느정도 예상했던 결과였다. 케이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 1호 IPO 주자이자 대장주인 카카오뱅크보다 멀티플을 높게 잡아 밸류(기업가치)를 구했기 때문이다. 가격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케이뱅크 평가밸류는 5조4050억원인데 올 상반기말 자본총계(1조9556억원)에 적용PBR(주가순자산비율) 2.56배를 곱한 후 공모자금 유입액(3895억원)을 더한 수치다. 평가밸류에 할인율(7.06%~26.42%)을 적용한 공모밸류는 3조9586억~5조3억원이다.
상장 직후 PBR은 공모자금 유입액까지 감안해 1.69배~2.04배로 예상됐다. 공모액은 7790억~9840억원이고, 신주모집과 구주매출 비중이 각각 50%임에 따라 회사 유입액은 3895억~4920억원이 된다. 공모밸류를 올 상반기 자본총계에 유입액을 더한 수치로 나누면 상장 직후 PBR이 도출된다.
즉 이번 공모 관건은 PBR 1.69배~2.04배를 시장이 인정 하느냐였다. 그리고 국내 유일 경쟁사인 카카오뱅크가 가장 유사한 피어그룹으로 조명됐다. 카카오뱅크는 자본력이나 매출, 이익 등 모든 측면에서 케이뱅크보다 훨씬 덩치가 컸다. 다만 카카오그룹이 골목상권 침해 등으로 인해 정부 규제를 받는 이슈로 증시에서 저평가받는 측면이 있었다.
이를 고려해도 케이뱅크가 카카오뱅크보다 높은 멀티플을 주장하면 저항이 클 것으로 업계는 예상했다. 최소 비슷한 멀티플로 상장해야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카카오뱅크 (KS:323410) PBR은 증권신고서 기준으로 1.62배였다.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PBR 1.69배)이나 그 밑으로 정해져야 기관 입장에선 투자유인이 있었다.
또 다른 기관투자자는 “케이뱅크는 이번 공모로 유입되는 자금 약 4000억원과 IPO 성사 시 자본으로 인정받는 유상증자 대금 7250억원으로 대출여력이 16조원 가량 늘어날 수 있다”며 “확실한 주가 업사이드 요인으로 볼 수 있는, 시작점이 PBR 1.62배여야 실현 가능한 업사이드”라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확정공모가를 이틀 뒤인 18일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공개한다. 일반투자자 청약은 21~22일에 진행한다. 대표주관사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메릴린치인터내셔날엘엘씨증권이다. 인수단은 신한금융투자와 키움증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