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최초로 하원의장에서 해임된 매카시 전 하원의장. 출처=연합뉴스
미국에서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권력 서열 3위인 케빈 매카시(공화) 하원의장이 전격 해임됐다. 234년 미국 의회 역사상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 하원은 3일(현지시간) 전체 회의를 열고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해임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6표, 반대 210표로 해임 결의안을 가결시켰다.
'반란'을 주도한 공화당 강경파 의원 8명이 찬성표를 던졌고 당론으로 '해임 찬성' 입장을 정한 민주당 의원 전원이 가세했다.
앞서 공화당 강경파인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매카시 의장이 추진한 임시예산안 처리에 반발해 전날 매카시 의장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일부가 매카시 의장을 도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매카시 의장과 민주당은 모두 주고받을 것이 없다며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특히 민주당은 매카시 의장이 최근 추진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하원의 탄핵조사 등을 이유로 매카시 의장을 믿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해임 찬성 당론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의회는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10월 1일 이전 연방정부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대폭적인 예산 삭감 주장을 굽히지 않으며 논의가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왔다.
이른바 '셧다운'(연방정부 기능 마비)이 코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매카시 의장이 지난달 30일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제외한 45일짜리 임시 예산 처리에 나서며 일단 정부 셧다운 상황은 피해 갔다.
하지만 같은 당 강경파 의원들은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며 해임 결의안 추진에 나섰고, 결국 매카시 전 의장은 하원에서 처음으로 불신임당한 하원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게됐다.
초유의 하원 의장 해임 사태로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물론, 하원 전체가 당분간 예측할 수 없는 대혼란 상태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하원 운영위원장으로 매카시 의장의 측근인 공화당 톰 콜 의원은 "해임결의안에 찬성한 사람들을 포함해 누구도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그들은 대안도 없으며, 이는 단순히 혼란을 위한 투표일 뿐"이라고 규탄했다.
일단 하원의장 자리가 공석이 된 만큼 후임 선출이 시급하지만 다수당인 공화당 내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매카시 의장은 9개월 전인 지난 1월 6일 당선될 당시에도 강경파와 줄다리기 속에 15번의 투표 끝에 간신히 당선된 바 있다.
내달 중순이면 임시 예산 기한이 종료하는 만큼 내년 예산안 협상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하원 지도부 공백으로 인해 현재로서는 정상적인 협상을 기대할 수 없어 또 다른 셧다운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강경파는 2024 회계연도 정부 지출을 2022년 수준인 1조4천700억 달러로 줄이지 않는 한 어떤 예산안 처리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이번 하원의장 해임사태로 인해 공화당에서 강경파들의 목소리가 커진 데다가, 여당인 민주당과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간 신뢰의 기반도 무너짐에 따라 의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기대하기 어렵게 돼 미국 정국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