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월5일 (로이터)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주요 국정과제 재검토에 들어간 가운데 대북 정책 목표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서 좀 더 현실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에 전직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 과제에 관한 사실상의 첫 연설에서 북한을 "심각한 도전"을 제시하는 나라 중 하나로 언급했을 뿐 대부분 중국에 초점을 맞췄다.
같은 날 오후 공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 중간지침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ㆍ일본 등 동맹국들과 힘을 모아 "점증하는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 위협을 줄일 수 있도록 외교관들에게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안킷 판다 선임 연구원은 미국 행정부가 직접적인 위협을 줄이는 것을 단기 목표로 설정하고 비핵화를 장기 목표로 유지한다면 주목할 만하고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협 축소는 한반도 정세에 대한 현실적인 평가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완전한 군비 해제가 아닌 수준에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과는 관계없이, 애널리스트들과 전직 관료들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등 북한이 도발에 나설 때까지 기다린다면 이는 실수이며 바이든 대통령이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서야 일부라도 진전을 이룰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 전문 연구 기관인 38노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오랫동안 우리가 배운 교훈 중 하나는 문제를 뒤로 미룰수록 선택지는 더 제한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제안 중에는 대북 제재 완화, 외교 관계 개선, 교류, 한국전쟁의 공식 종전 선언 등을 대가로 제한적으로 군비를 통제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많은 관료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압박하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제재와 군사적 조치를 더 밀어붙여야 한다고 촉구해 왔다.
이러한 생각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만남을 통해 양측의 관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상당 부분 논의됐었다.
그러나 이렇다 할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고 미국이 새로운 시도를 할 때라는 관측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군비 제한 VS 비핵화
이번 주 초, 제임스마틴비확산연구센터(CNS) 애널리스트들은 상업용 위성사진에서 북한이 핵무기 보관시설로 의심되는 장소인 용덕동 근처 지하 터널 위로 구조물을 설치한 것이 나타났다고 밝히며 북한의 무력 강화가 진전을 보이고 있을 가능성을 강조했다.
지난달 블링컨 국무장관은 유엔 군축회의에서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계속 집중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38노스는 작은 조치들이 긴장과 충돌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조치에는 군비 통제 합의, 한-미 군사 훈련 축소, 수교, 한국전쟁 종전 선언 등이 포함될 수 있으며, 이와 동시에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하면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38노스는 보고서에서 "비핵화의 목표는 유지하되 가까운 시일 내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제한할 수 있도록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존 볼튼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블룸버그 오피니언 논평을 통해 미국은 모든 군사적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이러한 생각들을 맹비난했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이 "약한 군비 통제 및 비확산 외교"를 채택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허버트 맥마스터 전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2일 미국 의회 위원회에 바이든 대통령은 협상 테이블로 가기 위해 초기 합의와 보상에 응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을 제한된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봉쇄전략을 추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문정인 전 통일외교안보특보는 비핵화 목표를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미국은 북한과 초기 협상을 할 때 좀 더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겨레신문 논평에서 "'죄와 벌'이라는 인지적 틀을 채택한다면 별다른 진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원문기사 (번역 문윤아 기자; 편집 유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