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에 대해 “예상했던 결과”라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0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중앙은행(Fed)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이 총재는 FOMC가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3회에서 2회로 낮춘 데 대해서는 “금리 인상 기조가 약해졌다고 단정하기 힘든 만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날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미국이 여전히 통화긴축 의지를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으면서 코스피지수가 장 초반 한때 1.46% 급락하는 등 약세를 보였고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금리 인상은 당초 전망됐던 사안이고 금리 인상 경로 전망은 9월 FOMC 회의에 비해 소폭 하향 조정된 것”이라며 “예상에서 벗어난 결정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0.50%포인트로 좁혀졌던 미국과의 금리 역전폭이 다시 0.75%포인트로 확대됐지만 금융시장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금리가 꼭 얼마 이상 벌어지면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며 “계속 지켜보겠다”고 설명했다.
FOMC가 내년 금리 인상 횟수 전망을 기존 3회에서 2회로 하향 조정한 데 대해서는 “FOMC의 금리 정상화 속도가 늦춰진다면 세계 경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줄고 각국의 통화정책에서 약간의 여유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전망 하향 조정만으로 미국의 통화 긴축 의지가 약해졌다고 속단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금리 인상 경로 전망이 생각보다 완화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특히 FOMC가 ‘국제금융시장의 변화가 미국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면밀히 지켜보겠다’고 한 것은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통화정책에 어느 정도 고려해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출지 모른다는 기대가 높아졌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다시 고삐를 죌 여지가 큰 만큼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8.72포인트(0.90%) 하락한 2060.12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0.95% 빠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30전 오른 달러당 1127원80전에 마감됐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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