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중은행들, TLTRO 통해 ECB로부터 제로금리로 자금 수혈 받게 돼
* 민간 부문에 대한 대출 늘릴 경우, ECB가 마이너스 금리로 보상할 것
* 은행의 대출을 장려하기 위한 프로그램
프랑크푸르트, 3월14일 (로이터) - 유럽중앙은행(ECB)이 가계와 기업에 대한 은행의 대출을 장려하기 위해 대출을 확대하는 은행에 더 낮은 금리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가장 파격적인 은행 대출 촉진책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ECB로부터 일단 제로 금리로 자금을 수혈 받은 뒤, 이후 민간부문에 대한 대출 규모가 ECB의 기준에 맞으면 최저 -0.4%까지 낮은 금리를 적용 받을 수 있게 됐다.
ECB가 시중은행들에게 이 같은 방식으로 자금을 빌려주는 새로운 '목표물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한다면 유로존 19개국에서 대출이 더 저렴하고 용이해질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ECB가 이전에도 이 같은 프로그램을 시행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점과 은행들이 경제 부진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주택담보 대출은 이 프로그램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ECB는 이 프로그램의 상한선을 약 1조7000억유로(미화 1조9000억달러)로 추산했지만 실제 규모는 이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들은 오는 6월부터 시작해 9월, 12월 그리고 내년 3월까지 4차례에 걸쳐 TLTRO에 신청할 수 있다.
이들이 대출 가능한 자금의 규모는 현재 대출 중인 금액의 최대 30%까지이며, ECB는 5조7000억유로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2년이 지난 후, ECB 전문가들은 이전 대출 수치를 반영해 만든 기술적 기준물을 이용해 해당 은행이 대출을 확대했는지 여부를 점검한다.
만일 은행이 TLTRO을 통해 대출을 받았던 때에 비해 대출 규모를 2.5% 이상 늘린 것으로 확인되면 ECB는 은행이 대출한 금액의 최대 0.4%를 은행에 돌려줄 예정이다.
10일(현지시간)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통화완화 정책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시중은행들은 대출 신청시 리파이낸스 금리를 지불해야 하는데 현재 이 금리는 제로(0)%이다. 그리고 추후 대출해 준 규모에 따라 금리 수준이 하향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금리는 TLTRO 신청 당시 예금금리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날 ECB는 예금금리를 이전 -0.3%에서 -0.4%로 인하했다.
또한 드라기 총재는 "은행들이 대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은행들이 대출한 액수와 연동된다. 따라서 실물경제에 대한 대출을 늘린 은행은 다른 활동에 전념한 은행들에 비해 (ECB로부터) 더 많은 자금을 빌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총재의 이 같은 발언 후 이탈리아를 비롯해 남유럽 국가에 소재한 은행들의 주가가 상승했다. 반면 경제적으로 이들에 비해 부유한 이웃국인 독일 은행들의 주가는 하락했다.
스페인 은행 관계자들은 로이터에 ECB의 이러한 조치를 환영한다고 전한 반면, 독일 은행 관계자들은 예금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조치라며 ECB의 추가 완화정책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전에도 ECB가 TLTRO를 시행했지만 은행들의 대출 신청 규모가 예상보다 적었다며 이번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도 회의적 입장을 드러냈다.
ING의 이코노미스트 카스텐 브제스키는 "ECB가 은행을 향해 돈을 퍼붓고 있지만, 판도가 바뀌지는 않았다"며 "ECB는 민간부문을 압박해 은행에 가서 돈을 좀 빌리라고 강제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대출금리는 이미 낮다. 그럼 대출 증가세가 개선됐나? 그건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