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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포커스) 헬리콥터머니, 경제 살릴 수 있을까?

입력: 2016- 04- 19- 오후 03:15
(투자포커스) 헬리콥터머니, 경제 살릴 수 있을까?

런던, 4월19일 (로이터) - 중앙은행이 경기를 부양하고 디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은 은행을 거치지 않고 시중 에 직접 돈을 유통시키는 소위 '헬리콥터로 돈 뿌리기'(helicopter money, 이하 '헬리콥터머니')다. 문제는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지금까지 각국 중앙은행들이 추진한 경기부양책들은 별로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론적으로 '헬리콥터머니'는 주식에 호재로 작용하고 채권에는 악재가 된다. 인플레이션 기대감에 장기 수익률 급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가운데 한 곳인 핌코(PIMCO)는 정책입안자들을 향해 헬리콥터머니의 위험성을 줄곧 경고해왔다.

하지만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에서부터 마이너스 기준금리 채택에 이르기까지 중앙은행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통화정책을 고려할 때마다 경고의 목소리는 늘 높아졌다.

이러한 경기부양책들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지탱하고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다만 채권 가격 또한 높아져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수익률은 낮아졌다. JP모간에 따르면 약 7조달러 규모의 국채가 현재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가라앉았고, 심지어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 게다가 2008년부터 지난 8년간 세계 연간 성장률 평균은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 8년간에 비해 1.5%포인트 가량 낮아졌다.

그렇다면 중앙은행이 '헬리콥터머니'를 뿌리면 상황이 달라질까?

미국계 자산운용사 야누스캐피털의 라이언 마이어버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헬리콥터머니가 실제로 뿌려지면, 투자자들은 중앙은행이 더이상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능력이 없다는 확신 하에 독일 국채 등과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려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급진적 옵션

헬리콥터머니는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처음 사용한 단어로, 중앙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리듯 무제한의 통화공급 정책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통화 공급이 영구적으로 늘어난다는 점이다. 채권 발행처럼 결국에는 상환해야 하는 일시적 유동성 공급이 아니다.

이는 여러가지 형태로 진행될 수 있다. 재정확대를 동반한 양적완화(QE) 형태일 수도 있고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 지원일 수도 있다. 가장 급진적인 옵션은 가계에 직접 돈을 대주거나 국가 연금 지급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유로존 또는 일본 중앙은행이 헬리콥터머니를 가장 처음 도입할 거라는 중론이 형성되고 있다. 유로존과 일본은 최근 몇 년간 수 조유로 또는 수 조엔 규모의 초완화적 통화정책을 구사해왔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경우, 각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자금 공급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규정에 어긋난다. 하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ECB가 마지막 보루로 모든 유로존 시민들에게 직접 현금을 뿌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난달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헬리콥터머니에 대해 '매우 흥미롭다'고 발언한 이후 독일에서는 후폭풍이 일었다. 그후 ECB 고위 정책입안자들이 나서 헬리콥터머니는 아예 ECB의 논의 대상이 아니라면서 상황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 부채 한도

경제학에서 말하는 '유동성 함정', 즉 경기부양책을 통해 막대한 통화를 쏟아붓어도 인플레이션이나 기대인플레이션, 소비자와 기업의 수요,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경제 성장세가 항상 개선되는 것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 바로 일본이다.

일본은행은 20년 넘게 디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지속해왔다. 1995년에 처음으로 금리를 0.5%로 인하한 이후 금리는 이 수준에서 좀처럼 높아지지 못하고 있고 이제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또한 일본의 부채 현황은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하기도 한다. 일본의 미상환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50%로 눈덩이처럼 부풀었다.

글로벌 부채 역시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헬리콥터머니가 하늘에서 쏟아져도 경제 성장세나 인플레이션을 부양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사람들이 공짜 돈을 여기저기 써서 경제를 살리기 보다는 빚을 갚는 쪽을 택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리콥터머니가 의도한 결과를 가져오지 못할 것이라는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세가 지나치게 둔화되거나 디플레이션이 계속해서 경제를 위협한다면 정책입안자들이 이를 도입할 여지가 있다.

인사이트인베스트먼트의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개리스 콜스미스는 "향후 5년 안에 (헬리콥터머니가) 사용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양적완화 정책이나 마이너스 금리가 도입되기 12개월 전에도 아무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편집 이경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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