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 23일 오후 3시15분
금융회사가 인수합병(M&A)되거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받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수 회사 능력이나 조건과는 별개로 최대주주의 법적 문제가 인수에 제동을 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금융업 확대를 추진 중인 카카오가 대표적이다. 카카오는 바로투자증권 인수와 카카오뱅크 증자를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가로막혀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2016년 카카오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다섯 곳의 계열사를 누락 신고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벌금 1억원의 약식명령을 받은 게 발목을 잡고 있다. 김 의장이 지난 14일 법원으로부터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진전이 없다. 지난 20일 검찰이 항소하면서 금융당국의 인가 심사가 다시 멈췄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비은행권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개인 최대주주를 포함하도록 돼 있다. 바로투자증권 인수 주체는 카카오지만 카카오의 최대주주인 김 의장(지분율 15.01%)이 공정거래법 또는 자본시장법 등의 위반 혐의가 있을 경우 카카오가 금융회사 대주주 자격을 얻기 어려운 구조다.
한앤컴퍼니의 롯데카드 인수 불발도 비슷한 사례다. 당초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앤컴퍼니는 최대주주 한상원 대표가 KT 노조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하면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한 롯데가 우선협상자를 변경했다. 일반지주회사의 금융회사 주식 소유를 금지한 공정거래법에 따라 오는 10월 중순까지 롯데카드 매각을 마무리해야 하는 롯데로서는 불확실성을 떠안기 어려웠다는 후문이다.
증권업계의 압도적인 자본력 1위인 미래에셋대우가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는커녕 발행어음 사업조차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대주주 적격성 심사 문턱에 걸려서다. 금융위원회는 2016년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한다는 청사진에 따라 자본금 8조원 이상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원금을 보장하면서 은행 금리 이상의 수익을 지급할 수 있는 개인통합계좌인 IMA 사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하지만 유일하게 자본금 요건을 갖춘 미래에셋대우는 첫걸음도 떼지 못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는 1년 넘게 진행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현행 규정에도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최대주주의 위반 사항이 경미한 사안이라고 판단되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진행해 M&A나 신규 사업을 인가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 규정이 있다. 그러나 실제 예외를 적용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IB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예외를 적용하면 특정 금융회사에 대한 특혜 의혹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 본질과 연관이 없는 최대주주에 대한 고소·고발이나 조사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진행조차 될 수 없다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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