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2월13일 (로이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대선 유세 기간 중에 북한에 대해서 예전보다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전날 대통령에 취임한 후 처음으로 북한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트럼프는 공개적으로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이는 그에게 북한의 미사일과 핵프로그램을 억제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많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한 관리가 밝혔듯이, 미국은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실시하고 한국 내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속도를 높이는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들은 트럼프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취했던 대북 대응책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아울러 북한의 행동에 고삐를 죄기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시도 역시 이미 과거 여러 정부에서도 시도해봤지만 큰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현재 중국은 무역, 환율, 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에게 보이고 있는 반발심을 누그러뜨릴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보다 극적인 방법은 군사적 행동 내지 협상일 것이다. 하지만 두 방법 모두 구체적인 검토 대상에 올라와있지는 않아 보인다.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섰다가 한반도 전쟁 발발 위험성이 커지고, 북한과 협상에 나설 경우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오히려 '보상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두 방법 모두 확실한 성공을 거둘 거라고 예상할 수도 없다.
이런 면에서 워싱턴에 소재한 전략국제연구센터의 한 아시아 전문가가 말했듯이 "트럼프가 쓸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트럼프는 예상 외로 절제되고 짧은 대중적 반응만 내놓았다. 최근 미국의 또 다른 적대국인 이란의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에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트럼프는 미국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함께 머물던 중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최고 동맹국인 일본을 100% 지지한다는 걸 모든 사람들이 알아주기를 바란다"라고만 밝히고 북한에 대해서 언급하거나 북한에 대한 대응 계획을 신호하지도 않았다.
반면, 트럼프는 1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 시험이 임박했다고 말한 후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라고만 썼다.
트럼프가 가끔 그렇듯, 자신의 트위터에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그가 비교적 차분한 발언을 한 이유는 측근들이 그에게 대북 전략이 여전히 수립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행에 옮기기 힘들 위협들을 발표하게 만들려는 북한의 작전에 말려들지 말도록 설득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대북 제재와 외교적 압박 수위를 점진적으로 높이면서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때까지 기다리는 소위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보다 더욱 단호한 전략을 취하겠다고 밝혀왔다.
하지만 새 정부는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 원문기사 (이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