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트럼프 행정부의 멕시코 관세 협박에 투자자들이 패닉을 연출했다.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하락한 한편 같은 만기의 미국 국채 수익률도 20개월래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멕시코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실제로 강행되면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 타결이 더욱 어려워질 여지가 높고, 안전자산으로 대규모 자금이 홍수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31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독일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6bp(1bp=0.01%포인트) 떨어지며 마이너스 0.202%까지 밀렸다. 이는 1990년 데이터 집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미국 10년물 수익률 역시 장 초반 4bp 가량 하락하며 2.16% 선에서 거래됐다. 이는 2017년 가을 이후 최저치에 해당한다.
주요국 투자은행(IB)는 일제히 안전자산의 가격 전망치를 높여 잡고 있다. 도쿄 소재 애셋 매니지먼트 원은 보고서를 내고 미국 10년물 수익률이 1.5%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예고했다.
최근 월가에서 2%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 데 이어 한층 더 과격한 전망이 제시된 셈이다.
싱가포르의 앙상블 캐피탈은 현재 108엔 선 내외에서 거래되는 엔달러 환율이 연말 105엔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엔화가 현 수준에서 4%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을 축으로 한 무역 마찰이 단기적인 악재라는 판단은 더 이상 성립하지 않는다는 데 투자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멕시코가 트럼프 행정부를 만족시킬 만한 이민 해법을 내놓지 않을 경우 10일 5%를 시작으로 25%까지 관세가 단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일본에서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을 둘러싼 전망 역시 회의적인 만큼 올 여름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의 패닉을 모면하기 어렵다는 경고다.
TD증권의 프라샨트 뉴나하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주요국의 무역전쟁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국채 매입이 해답”이라고 주장했다.
시드니 소재 야누 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관세를 무역뿐 아니라 모든 쟁점에 대한 무기로 동원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 수익성과 경기신뢰에 흠집을 내는 한편 글로벌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자산은 가파르게 떨어졌다. 멕시코 페소화가 장중 3.3% 급락한 한편 한국 원화와 필리핀 페소화 등 신흥국 통화가 동반 하락했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장중 3% 이상 밀리며 배럴당 54.83달러에 거래됐다.
ING의 롭 타넬 이코노미스트는 “지구촌 금융시장 전반에 리스크-오프 움직임이 두드러진다”며 미국 국채 수익률의 가파른 하락을 예상했다.
이 밖에 도이체방크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전쟁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지난 17개월간 5조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본 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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