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역사상 두 번째로 빅스텝(한 번에 0.50% 인상)에 나선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11월 통화정책 방향성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2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통화정책 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에서 3.0%로 0.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가 3%대로 올라온 건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은 한은 역사상 두 번째로 이뤄진 빅스텝이다. 앞서 한은은 지난 7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한 바 있다. 한은이 4월, 5월, 7월에 이어 다섯 차례 연속 인상한 것도 사상 처음이다.
금통위는 2020년 3월1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 침체가 예상되자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 낮추는 이른바 '빅컷'(1.25→0.75%)에 나섰다. 같은 해 5월28일 추가 인하(0.75→0.50%)를 통해 2개월 만에 0.75%포인트를 내렸다.
지난해 8월26일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올리면서 '통화정책 정상화'의 시작을 알렸다. 같은 해 11월에 이어 올해 1·4·5·7·8·10월까지 약 1년 2개월 사이 금리를 2.50%포인트를 올렸다.
증권가에서는 한은이 11월 한 번 더 빅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의견으로 엇갈린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이 다음 달과 내년 1분기 각각 25bp(1bp=0.01%포인트) 인상하며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예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이번 인상 사이클 상단에 대한 눈높이가 더 높아질 여지는 낮다고 보고 있다"며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마지막 75bp 인상을 단행하고 이후 속도 조절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국내 정책 대응 강도 역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연말로 갈수록 국내 경기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정책 결정에 있어 핵심은 여전히 물가지만 보다 경기 여건을 감안할 필요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창용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말했듯 주요국과 비교해 많은 가계 부채가 80% 가까이 변동 금리로 이뤄진 점을 포함해 펀더멘털이 미국과는 다르다는 점에서 연준을 따라갈 수 있는 운신의 폭도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고 분석했다.
10월 금통위의 빅스텝 결정은 시장에서 예상했던 수준이다. 다만 이번 기준금리 50bp 인상 결정은 만장일치가 아닌 2인의 소수의견을 동반하며 결정됐다. 주상영 위원과 신성환 위원은 25bp 인상을 주장했다. 지난 1월 금통위 이후 첫 소수의견이 나온 것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이 올해 말 종료되는 것이 아니며 다수의 금통위원이 최종 금리를 3.5%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빅스텝 인상보다 25bp씩의 점진적인 인상을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한국 기준금리에 대해 25bp씩 추가 2차례 인상을 통해 3.5%에 이르는 경로를 전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은이 11월에 또 한 번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빅스텝 인상 결정 요인이 결국 환율 변동성 확대였던 만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방향문에서 환율 상승 등으로 추가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졌다고 지적했고 여전히 물가 상방 리스크가 높다고 지적했다"며 "이를 고려할 때 11월 금통위까지 환율 변동성이 크게 약화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빅스텝 인상의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 연구원은 "여전히 한국의 경우 5%대의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 또한 소비자물가지수(CPI) 하락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결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물가 환경에 있어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는 것이 통화정책의 추가 긴축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둬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은 또한 추가 빅스텝 인상 가능성을 차단하지는 않았다"며 "이번 인상 사이클 최종 금리 수준은 3.75%로, 11월 50bp 인상과 내년 추가 25bp 인상 전망을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10월부터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상 행보의 핵심 목적은 환율 등 대외 여건에 대한 대응이 주요 목적으로 보인다"며 "환율 문제 대응의 경우 인상 폭이나 강도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미흡할 경우 그 효과가 오히려 반감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치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의사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공 연구원은 "환율이 향후에도 꾸준히 통화당국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금통위에서도 '빅 스텝' 인상이 이뤄질 여지는 여전히 상존하며 오는 11월에도 기준금리가 50bp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기존 전망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