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처미트 창업자인 야코프 나미아스 교수가 ‘실험실 고기’를 연구하고 있다. 퓨처미트는 세포 배양방식으로 대체육류를 개발하는 회사다. 나미아스 교수 제공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바보 같은 말인데요?”
안식년을 맞아 미국의 대학도시 케임브리지에서 안식년을 보내고 있던 야코프 나미아스 이스라엘 히브리대 생물공학과 교수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만드는 아이디어에 대한 의견을 구하는 이들에게 “세포 증식은 돈이 너무 많이 든다”며 이같이 말하곤 했다. 대부분 유기체는 자신의 배설물을 이용해 성장하는데, 세포 배양방식으로는 효과적으로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미아스 교수는 이런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미분화 섬유세포(줄기세포)를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세포를 증식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떠오른 것이다. 지난달 10일 미국 최대 육류 회사인 타이슨푸드의 투자 자회사 타이슨벤처스, 중국계 투자회사 비츠&바이츠 등으로부터 1400만달러(약 166억원)의 투자를 받은 이스라엘 회사 퓨처미트 테크놀로지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미분화세포는 분화하기 이전 상태의 세포이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분화 및 증식이 가능하다. 나미아스 교수는 이스라엘 바이오회사인 이보젠에서 비즈니스부서 디렉터를 맡고 있던 롬 크슈크, 연구개발(R&D) 전문가인 모리아 시모니 박사와 함께 퓨처미트를 창업했다.
나미아스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작은 분자를 분화시켜 지방 세포나 근육 세포로 만드는 연구를 시작했다. 지방이나 근육 세포가 자라기 시작하면 특수한 합성수지(레진)를 함께 배양해 세포가 크게 증식하는 것을 막는 ‘불필요한 재료’들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세포 배양방식으로 실험실 고기를 만드는 다른 회사들은 대부분 소 태아의 혈청을 투입해 세포를 증식시킨다. 그런데 소 태아 혈청은 구할 수 있는 양이 많지 않아 값이 비싸다. 실험실 고기를 연구하는 멤피스 미트, 알프 팜스, 하이어 스테이크, 모사 미트 등은 항상 가격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실험실에서 세포 증식을 통해 고기를 만들어내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대형마트 등에서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는 못하고 있다.
퓨처미트는 소 태아 혈청에 의존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이들은 대신 중국 햄스터 난소세포에서 파생된 작은 분자를 사용한다. 주로 의약품 개발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퓨처미트는 이 같은 기술을 이용해 생산 단가를 파운드당 10달러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100g 단위로 계산하면 2600원 정도이며, 국내 육류 가격 기준으로 하면 돼지고기 삼겹살 정도의 가격이다.
나미아스 교수는 세포 증식을 통해 지방을 생산하는 것이 사업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고기의 맛을 내는 것이 지방이기 때문이다. 나미아스 교수는 “지방은 아로마와 함께 고기 특유의 맛을 낸다”며 “임파서블 푸드나 비욘드 미트의 식물성 고기에는 없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퓨처미트는 100% 실험실 고기뿐 아니라 식물성 고기에 실험실에서 배양한 지방을 섞는 형태의 고기도 생산할 계획이다. 식물성 고기에 부족한 고기 특유의 향과 맛을 실험실 지방으로 보충하는 식이다. 이 하이브리드 고기는 실험실 고기보다 더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 예상되는 생산비용은 파운드당 3~4달러로 100% 실험실 고기의 절반 이하다.
이번 투자에 참여한 매슈 워커 S2G벤처스 디렉터는 “완전 실험실 고기, 완전 식물성 고기, 식물성과 실험실이 결합한 하이브리드 고기 등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형태의 고기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FARM 강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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