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들어 자영업자 대책은 다섯 차례 나왔다. 이날 대책이 앞서 네 번의 발표와 다른 점은 긴급 현안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600만 명에 달하는 자영업을 하나의 정책 대상으로 보고 창업, 성장, 폐업, 재기 등에 필요한 총체적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자영업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지금까지 자영업은 중소기업의 일부분으로 다뤄졌지만 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우리나라만의 특수성이 있다”며 “자영업을 기업과 노동으로만 분류할 수 없는 또하나의 독자적 정책 영역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영업을 농업처럼 독자적 산업정책의 영역으로 흡수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지난 8월 신설된 자영업비서관실을 중심으로 3개월여 준비 끝에 이번 대책이 마련됐다. 무엇보다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회원이 많은 전국 8개 자영업 협회·단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들이 제안한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 확대, 소상공인·자영업기본법 제정, 혁신형 소상공인 발굴 등의 과제가 대거 반영됐다. 8대 핵심 정책과제에 세부 과제만 124개에 달하는 이유다. 자영업비서관실은 이 과정에서 협회와 단체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정부 부처 내 정책도 조율했다.
일부 정책은 직접적으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사랑상품권과 온누리상품권 등은 해당 지역과 전통시장 등의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상훈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자동차산업의 어려움으로 경기가 침체된 전북 군산에서 올해 지역사랑상품권이 710억원어치가량 발행되고 택시요금도 지역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등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주차장 설치 등도 시장 상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내용이다.
이처럼 총체적 대책을 내놨다고 하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이런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게 만든 최저임금 차등화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자영업자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내수 활성화 대책도 없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매출이 늘어나려면 내수경기 부양이 필수”라며 “경기 활성화 정책이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영업 혁신은 대책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취업자의 25%에 달하는 자영업자 비율, 이로 인한 과당경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은 구조조정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 한계에도 자영업자들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이 자영업자 의견을 듣고 대책을 마련한 전례가 없다”며 “대책은 생소하지 않지만, 구조적 문제와 생태계 전체를 다룬 데다 민간단체와 함께 협의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김진수/이우상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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