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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 2등' 쿠첸, 주방가전社로 화려한 변신

입력: 2019- 11- 15- 오전 02:19
© Reuters.

쿠첸은 서울 삼성동과 방배 서래마을, 성남 분당에서 체험센터를 운영 중이다. 이곳에선 제품 전시 외 다양한 쿠킹클래스도 열린다. 쿠첸 제공

쿠첸은 만년 2등이었다. 국내 전기밥솥 시장에서 점유율 65%를 유지하는 쿠쿠전자는 점유율 30%인 쿠첸에는 오랫동안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이었다. 몇 년간 고민하던 쿠첸은 ‘발상의 전환’에 나섰다. 2위 회사가 자주 하는 ‘가격 후려치기’ 등을 하지 않는 대신 기술력과 혁신으로 차별화를 꾀하기로 했다. 밥솥에 치우친 사업을 다각화하는 작업에 매달렸고 유아가전, 전기레인지 등 영역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밥솥업체가 아니라 종합 주방가전회사로 변신한다는 전략이다.

○유아가전·전기레인지 등 다각화

쿠첸은 얼마 전부터 유아가전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출시한 프리미엄 유아가전 ‘쿠첸 베이비케어’가 시장에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사소했다. 2013년 출시한 전기포트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아기 엄마들 사이에서 ‘국민 분유포트’라는 별명을 얻으며 37만 개가 팔렸다. 그러자 2세 경영인인 이대희 대표(사진)는 “저출산 시대라도 제대로 된 제품만 내놓는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대희 대표

쿠첸에서 개발한 오토분유포트와 젖병살균소독기는 편리한 기능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최근 6개월간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다. 이 기세를 몰아 550조원 규모의 중국 유아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징둥닷컴 같은 상위권 온라인몰을 비롯해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지역의 주요 백화점 유아용품 매장에 입점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사업 다각화 전략의 일환으로 전기레인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외국 브랜드가 대부분이던 전기레인지 시장에 뛰어들어 국내 최초로 용기 사용 제한이 없는 하이브리드 레인지를 선보였다. 쿠첸은 전기레인지에 애착이 많다. 40여 년간 밥솥으로 다져온 인덕션(IH) 개발 노하우를 기반으로 전기레인지를 만드는 만큼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최근 선보인 ‘하이브리드 레인지 제로’는 고화력 인덕션 2구와 하이라이트 1구를 갖춰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전기레인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 수준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밥맛연구소·체험센터로 혁신

올해 쿠첸은 국내 최초로 ‘밥맛연구소’를 출범시켜 업계에 화제를 모았다. 식문화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밥소믈리에를 비롯한 전문인력 30명이 밥맛을 연구하고 있다. 사람들이 밥솥으로 밥을 한 뒤 바로 냉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냉동보관밥 기능을 넣은 ‘IR미작 클린가드’를 선보였다. 밥맛 알고리즘을 통해 해동 후 밥알이 머금고 있던 수분이 빠져 밥이 질어지는 현상을 해결했다.

젊은 층을 겨냥해 서울 삼성동과 성남 분당 등에 연 ‘체험센터’는 매주 200여 명이 방문할 만큼 인기다. 전문 셰프가 상주하며 다양한 요리강좌를 여는 등 온라인 쇼핑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제품을 직접 만져보는 것에서 나아가 소비 트렌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쿠첸은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내년께 외형 성장 등 가시적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표는 “혁신적인 제품을 꾸준히 내놔 밥솥회사가 아니라 주방문화를 선도하는 종합 주방가전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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