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5월30일 (로이터) - 미국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가 29일(현지시간) 1달러 넘게 하락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합의를 완화하고 석유 증산을 결정해 공급을 늘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타난 영향이다.
이날 WTI는 1.15달러, 1.7% 내린 배럴당 66.73달러에 마감됐다. 브렌트유는 9센트 오른 배럴당 75.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감산합의에 참여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非)회원국의 산유량을 일평균 100만배럴 늘려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공급 감소분을 상쇄하는 안을 논의해왔다.
OPEC의 차기 회의는 다음달 22일로 예정돼 있지만, 사우디와 러시아의 증산 가능성은 유가에 미리 하방 압력을 줬다.
인터팩스 에너지 글로벌 가스 애널리틱스의 아브히셰크 쿠마르 수석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시장참여자들은 감산합의 출구전략이 얼마나 빨리 이뤄질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태다"라며 "베네수엘라의 공급 감소분을 초과해 증산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날 크레딧스위스의 애널리스트는 러시아와 OPEC 산유국들이 석유를 증산해도 올해 말까지 일평균 50만배럴만 추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경우 올 연말 선진국 원유재고는 5년간 평균치 미달 수준에서 못 벗어나게 된다.
증시 하락과 달러지수 상승도 유가를 압박했다. 석유 등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의 가격은 달러 가치에 따라 변동하는 경향이 있다.
WTI 대비 브렌트유의 프리미엄은 적어도 3년래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국산 원유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더욱 굳혀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브렌트유와 WTI의 가격 격차는 전일 9.38까지 올랐다. 휴일이라 거래량이 적어 유동성이 줄어든 영향이다. 가격 격차는 지난 2015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 23일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 2년 동안 20% 넘게 늘어 일평균 1070만배럴을 기록했다.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아시아로 수출되는 미국산 원유는 사상 최대치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편집 박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