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6월28일 (로이터) -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당시 삼성 쪽에서 자산운용사들에게 합병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과 관련, 금융감독당국이 조사에 나섰으나 결국 무혐의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의 한 당국자는 최근 로이터와의 통화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몇 운용사들의 당시 의결권 행사 현황을 점검했는데 특이사항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운용사들이 (당시에도) 스튜어드십과 같은 나름대로의 절차가 있고 이 절차들을 거친 것으로 확인됐다"며 외압 의혹을 부인했다.
당시에는 합병 비율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분이 많은 제일모직에는 유리하고 삼성물산에는 불리해 삼성물산 주주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쪽에서 계열사들을 동원해 전사적으로 소액주주들까지 찾아다니며 합병 찬성 종용에 나섰었다.
특검 조사 결과 당시 최대주주이던 국민연금까지 연루됐던 것으로 결론이 나면서 당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은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자산운용사들도 삼성 쪽의 접촉대상이었다. 운용사들은 거의 대부분이 합병에 찬성했고 결과적으로 합병은 성사됐다. 당시 운용사들은 삼성 쪽 요구를 거부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합병에 반대해 삼성의 눈 밖에 날 경우 막대한 자산을 가진 삼성생명 등 계열사들이 위탁하는 자금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주식을 계속 보유할 경우 시끄러워질 것 같아 운용책임자와 상의해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아버렸음에도 그 이후 주주총회를 하기 전 삼성 쪽으로부터 전화를 몇 차례 받은 적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운용사에 대해 조사는 했으나 압력을 넣을 만한 지위에 있었던 삼성의 다른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아 조사가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
금감원은 이와는 별도로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한화증권이 합병반대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두 차례 낸 것과 관련해 당시 외압 의혹이 제기된 것도 조사했으나 결국 혐의를 찾아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의혹이 제기된 한화) 그룹내 계열사 사장은 특별하게 강요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조사 결과를 특검에서도 봤지만 특검에서 특별히 얘기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린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당시 한화증권 대표였던 주진형 씨는 외압 의혹을 제기한 자신을 조사하지 않는다며 당국을 비난했다.
주 전 대표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작년 국정감사에서 제윤경 의원이 삼성과 한화의 리서치 보고서 압력에 대해 질의했을 때 그(임종룡 당시 금융위원장)는 법규 위반 사실을 조사 중이라고 했지만 그 후 나에게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며 당국의 조사 의지를 의심했다.
그는 "삼성물산 합병에 관한 금융위의 입장은 국민연금공단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창호 기자; 편집 전종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