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10월21일 (로이터) - 유로가 20일(현지시간) 거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12월 부양책 확대를 향한 문을 계속 열어두면서 달러 대비 4개월 저점으로 떨어졌다. 달러지수는 통화바스켓에 7개월 고점을 기록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20일(현지시간) 10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주요 정책금리를 모두 동결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총 1조7400억유로의 자산 매입 프로그램의 규모와 기한을 기존 방침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달러는 지난달 미국의 기존주택 판매가 예상보다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는 소식에 추가 상승했다. 상승은 달러로 거래되는 유가와 미국 증시를 압박했다.
스튜어트 프랭클의 스티븐 길포일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의 움직임이 유가를 압박하고, 유가 하락은 또 에너지주를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유가는 달러 상승과 투자자들의 차익실현이 맞물려 2%대 하락했다. 이날 만기된 미 서부텍사스산 경질유(WTI) 11월물은 1.17달러, 2.27% 내린 배럴당 50.4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북해산 브렌트유 12월물은 1.29달러, 2.45% 밀린 배럴당 51.38달러를 나타냈다.
뉴욕증시는 혼재된 기업 실적에 변동성 장세를 펼쳤고, 사흘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헬스케어주가 호조였지만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2.5%)이 실망스런 3분기 실적을 발표하자 통신주가 크게 밀리며 상쇄됐다.
이날 다우지수 .DJI 는 0.22% 내린 1만8162.35, S&P500지수 .SPX 는 0.14% 밀린 2141.34, 나스닥지수 .IXIC 는 0.09% 빠진 5241.83으로 장을 닫았다.
MSCI 전세계 주가지수는 드라기의 발언 이후 1주 고점으로 반짝 상승했다가 결국 0.14% 하락마감했다.
유럽 증시는 드라기의 발언으로 지지받았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지수 .STOXX 는 0.19% 오른 344.29로 장을 닫았다. 스톡스600지수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상승하며 올해 현재까지의 낙폭도 5.8%로 좁혔다.
◆드라기 발언이 유로 압박해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는 1.0916달러까지 후퇴, 6월 24일 이후 저점을 찍은 뒤 뉴욕거래 후반 0.45% 내린 1.0925달러를 가리켰다.
크레딧 아그리콜의 FX 전략가 바실리 세레브리아코프는 "드라기는 ECB가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이나 QE 조정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견해를 강력하게 밀어냈으며 이것이 유로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또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의 비교적 매파적인 전일 코멘트도 달러를 지지했다. 더들리는 미국 경제가 지금의 궤도에 머무는 한 연준은 금년 말 금리를 인상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의 척도로 여겨지는 멕시코 페소는 전일 마지막 대선 TV토론 직후 6주 고점으로 치솟은 뒤 간밤 거래에서는 소폭 하락했다. 멕시코 페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 공화당 대선후보의 당선 가능성과 반대로 움직인다.
애버딘 자산관리의 제임스 에시 채권 투자 매니저는 "토론 직후 설문조사 결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또 한번 승리한 것으로 보였고, 멕시코 페소가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시장이 트럼프가 이기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해서 섣불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시장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모두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잘못 예측하지 않았었나"라고 말했다.
드라기 발언에 미국 국채 장기물 가격은 상승했다. 이날 다소 한산한 거래속에 기준물인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뉴욕거래 후반 1.752%로 보합 거래됐지만 30년물 가격은 8/32 오르면서 수익률은 전날 후반보다 1bp 이상 낮은 2.501%에 거래됐다.
금은 달러 상승으로 압박받아 지난 사흘간의 상승 행진을 접고 소폭 하락했다. 금 현물은 뉴욕거래 후반 0.2% 내린 1266.4달러를 가리켰다. 금은 앞서 2주 고점인 1273.82달러의 장중 고점까지 전진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경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