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8월17일 (로이터) 박예나 기자 - 수출업체들의 대규모 대기 매물이 확인되면서 향후 달러/원 환율 움직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의 '2016년 7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7월말 현재 달러화예금은 전월에 비해 57억4천만달러 급증한 557억4천만달러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무역결제대금 예치를 주된 이유로 꼽았고 이 기간동안 환율이 1170원선에서 1120원으로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는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도 시기를 늦춘 셈이다.
한국은행 고석관 자본이동분석팀 차장은 "달러 약세로 인해 기업들이 환전 시기를 미뤘다. 결국 환율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7월중 적극적인 래깅 전략을 구사했던 수출업체들은 이달 들어서도 환율이 1100원을 하향 이탈해 1090원선까지 추가 급락한 점을 고려해보면 매도 타이밍을 더욱 이연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달러/원 환율이 큰 틀 안의 레인지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터라 환율 급락시 수출업체들의 스탑성 매도는 대체로 제한된 채, 오히려 기존 선물환 매도 헤지에 대한 언와인딩 수요가 감지되기도 한다.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달러 매수 개입과 때마침 불거진 미국의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역내외 숏커버 그리고 일부 실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오늘 달러/원 환율은 1100원대로 반등에 나섰다.
현재로선 아래쪽으로 향한 달러/원 환율 흐름에 대한 반전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대외 여건 변화나 일시적 수급 상황에 따른 환율 반등시 적지 않은 대기 매물이 위쪽으로 향할 수 있는 환율을 막아설 여지가 크다.
이에 시장참가자들도 이같은 잠재적 수급 요인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한 은행의 외환딜러는 "경상흑자에 따른 달러 자금이 시장에서 적극 환전되지 않은 채 해외로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은 달러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의 딜러는 "환율이 1150원대 아래로 내려간 이후부터 수출업체들 관련 매물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온 적이 없다"면서 "당장 이들 매물이 나오진 않더라도 이후 환율 반등시마다 이같은 대기매물이 소화되며 환율 움직임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은행의 외환딜러는 "수급업체들의 환율 대응에 대한 쏠림이 적지 않다. 애초에 달러 강세를 전망한 기업들이 환율이 속락하는 과정에서 매물을 미처 내놓지 못했다"면서 "이에 환율은 반등 과정에서 무거운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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