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둠’으로 불리는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사진)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뉴욕 증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미 중앙은행(Fed)에 대한 과도한 기대와 비싼 주가, 특별검사 조사에서 벗어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질주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론은 위험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루비니 교수는 22일(현지시간) 프로젝트신디케이드에 ‘새로운 평범함의 시대에 양극화된 시장’이란 기고문을 싣고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금융시장은 조울증을 겪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이후 각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선회와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전면 탈퇴) 가능성 감소 등이 투자자들의 ‘애니멀 스피릿(야성적 충동)’을 다시 되살렸지만, 이런 식의 투자는 거품을 조장하고 부정적 충격이 발생하면 급격히 조정이나 약세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시장에 부정적 충격을 줄 우려가 있는 여덟 가지 위험 요소를 제시했다. 첫 번째로 미국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데다 올해 미국 기업들은 ‘어닝 리세션(실적 침체)’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기업 실적이 기대보다 낮아지면 주가 고평가 논란은 거세질 수 있다.
또 미·중 무역전쟁 해결 기대도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그는 보고 있다. 이번에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이행 여부를 둘러싸고 언제든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시장 기대와 달리 Fed가 올해 금리를 인하하지 않기로 결정한다면 시장은 충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Fed가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는 근거가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뮬러 특검 종결로 자신감을 얻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정책 등을 앞세워 정쟁을 확대하거나 유럽 일본 등과 새로운 무역전쟁을 시작할 수 있으며, Fed를 협박해 금리 인하를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동시에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유가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함으로써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또 거세지고 있는 대중의 세계화·이민·신기술 등에 대한 반감은 성장과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 △미약한 유럽의 성장세 △이란 베네수엘라 터키 등 신흥시장의 지정학적 리스크 △막대한 기업 부채 등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루비니 교수는 “투자자와 증시의 밀월은 올해 계속될 수도 있지만 변덕스럽고 변동성 심한 관계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며 “시장의 급격한 조정은 발생 여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인가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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