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목전에 뒀다. 달러는 '세금맨'으로 불리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기대가 커지면서 몸값이 치솟고 있다.
일본은 여당이 총선에서 크게 패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엔화 가치가 하락, 달러 가치가 오르는 '이시바 쇼크'가 커졌다. 외환 전문가들은 연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원 내린 1383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390.5원에 개장해 장 초반 1391.5원까지 오르는 등 1390원선 전후로 오르내렸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39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7월22일(장중 고가 1390원)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지난 9월30일(오후 3시30분 기준) 1307.8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은 약 한 달 새 80원가량 뛰었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 재정지출 확대·물가 상승 압력
원/달러 환율이 오른 배경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기대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재정 지출 확대,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달러화 가치가 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모든 미국 수입품에 10~2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 상품엔 60%를 부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IMF가 분석 토대로 삼은 '10% 시나리오'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경제학계에선 미국의 관세 인상은 각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무역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피에르 올리비에르 고린차스는 FT 인터뷰에선 "관세 조치가 있을 경우 중앙은행은 저성장과 인플레이션 압박에 동시에 대응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집권 약 한 달 만에 치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참패하면서 엔화 약세를 보인다. 지난 27일 실시한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민당은 191석, 공명당은 24석에 그치며 자민당 단독은 물론 연립정당으로도 중의원 과반(233석)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 의석수만 56석 줄어든 최악의 성적표로 인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진 이시바 총리 역시 책임론에 휩싸인 상태다. 연립정당으로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15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엔화는 전 거래일보다 1.60원(0.18%) 오른 904.20원에 거래됐다.
엔화 변동성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30일 예정된 일본은행의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선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요미우리신문은 지난 26일 "미 대선에 따른 경제 영향이 불확실한 가운데 이것이 일본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판단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있다"며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원/달러 환율, 1400원 진입 가능성… 이창용 "금리 결정에 환율 고려"
외환 전문가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환율 상승이 국내 펀더멘털(기초체력) 취약성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미국발 불확실성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환율 수준 자체가 국내 금융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이 상당 부분 국채 금리에 선반영됐고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감안하면 미국 국채 금리와 달러 가치는 연말로 갈수록 점차 하향 안정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최근 환율 급등에 전 세계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자 세수결손 대응을 위해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한다고 밝혔다. 외평기금 활용으로 환율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자 우려를 표시했다. 이 총재는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들을 만나 "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는 굉장히 높게 올라 있고 상승 속도도 크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도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언급했다.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이라 할 1400원을 목전에 두면서 당국의 개입 가능성도 점쳐진다. 장중 1400원 선을 터치했던 올해 4월에는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며 환율 안정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