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개각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장관이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 등 연금개혁을 추진하는 데 대한 여론의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 고위 관계자는 8일 “청와대가 최근 복지부 장관 세평을 듣고 다닌다”며 “교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해 매끄럽지 못한 일 처리에 대한 문책성 교체라는 설명이다.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교체 가능성이 반반이었는데, 어제 대통령이 박 장관을 공개적으로 질책하면서 교체 쪽으로 무게가 기울었다”고 전했다.
박 장관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생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수급액)을 높이려면 보험료율 인상도 불가피하다는 내용을 담은 개혁안을 보고했다가 ‘퇴짜’ 맞았다. “보험료율 인상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는 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설명한 이유였다.
문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편안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뒤 복지부는 후폭풍이 거세다. 청와대가 개혁안 사전 유출 의혹을 이유로 국민연금 담당 간부들의 휴대폰까지 압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금개혁은 아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렵게 됐다는 게 복지부 안팎의 분위기다.
박 장관이 국민연금 개혁에 총대를 멨다가 경질설까지 불거지자 복지부 내에선 2013년 ‘기초연금 파동’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진영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연계에 대해 청와대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가 한 달 뒤 교체됐다.
일각에선 이번 일로 국민연금 개혁은 물 건너갔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와 관련, “이제 와서 다시 또 퇴짜를 놓느냐”며 “결국 인기 없는 개혁은 안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박재원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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