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원화 값이 900원 대로 반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일본 중앙은행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이 오는 31일 금융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하는 가운데 금리 인상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슈퍼 엔저' 국면이 막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은 900원대에서 거래됐다. 지난 4월 27일 100엔당 895.99원에 거래되며 900원 아래로 떨어진 지 3개월 만이다. 엔화는 지난 10일 같은 기준 856.19원까지 떨어졌다가 지난 2주간 강세를 보이며 900원대에 진입했다.
엔화의 반등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한몫한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후 연 -0.1%로 유지하던 단기금리를 지난 3월 연 0~0.1%로 인상했다. 5월 회의에서는 국채 매입 축소 규모를 구체화할 것을 시사했다.
일본은 경제 회복에 속도를 내면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에 힘이 실린다. 전날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22지수는 3만8400대에 거래됐다. 지난주까지 8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닛케이지수는 저가 매수가 유입되면서 급반등하는 모습이다.
관심은 일본은행이 국채 매입 축소 규모를 어느 정도로 제시할지, 깜짝 금리 인상에 나설지다. 일본은행 발표에 따라 최근 급등세를 보였던 엔화 환율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행은 지난 3월 마이너스 정책을 해제한 데 이어 올 6월 국채 매입 감액을 발표했다. 앞서 요미우리신문은 현재 월 6조엔 규모의 매입액을 1~2년 내에 단계적으로 2조~4조엔까지 줄이는 안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퀵(QUICK)이 발표한 7월 시장 전문가 채권 월간 조사에서 74%의 응답자가 금리 인상 보류를 예상했다. 일본은행의 국채 매입 규모 축소를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리인상을 동시에 실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이달 초 161.94엔까지 떨어졌던 달러당 엔화 가치는 지난 25일 151엔대 후반까지 상승(환율 하락)하며 5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도 도쿄 외환시장에서 153엔대에서 거래 중이다.
신윤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엔화의 강세는 한시적 이슈로 여길 수도 있지만 엔저에 대한 정부 입장 전환, 내수 회복 기대, 달러 약세 등으로 절상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며 "하반기에는 엔화 수요 확대에 따른 절상 압력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