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일하지 말고 연수원에서 계리사 공부만 하도록 하라.”
차남규 한화생명 부회장(사진)의 ‘인재 경영’이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올해 보험계리사 대비반을 처음 운영한 한화생명은 업계에서 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 직원 11명이 올해 보험계리사 시험에 최종합격했다. 작년 2명에서 다섯 배 이상 불어난 것으로, 전체 합격자(124명)의 10%에 육박했다. 업계 최대 합격자 배출이며 업계 1위인 삼성생명(7명)보다 4명 많다. 보험계리사들 사이에서도 합격자 대부분이 대학생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합격률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생명은 지난 4월 2차 시험 응시자 가운데 25명을 선발해 약 4개월간 시험 대비반을 가동했다. 특히 시험 직전 4주간은 ‘잡-오프(job-off)’ 과정으로, 일은 하지 않고 경기 용인 연수원에서 합숙하며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최종 합격한 이영웅 한화생명 상품개발팀 사원은 “잡-오프를 통해 시험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이 합격 비결”이라며 “입사 2년차로서 열심히 일하는 선배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회사 지원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폭적인 지원은 차 부회장이 올 상반기 인사팀에 내린 특명에 따라 이뤄졌다. 매달 열리는 대표와 직원 간 소통의 장인 ‘CEO 도시락 토크’에서 지난해 보험계리사 시험에 합격한 직원이 업무와 공부를 병행하는 데 따른 고충을 털어놓자 차 부회장은 회사 차원에서 지원 방안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신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에 따라 보험 수리 전문가인 보험계리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계리 인재 양성 및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차만 합격한 예비 보험계리사들이 입사 후 자기 개발을 통해 2차 시험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도 있었다. 업계에서는 IFRS17이 시행에 들어가는 2021년에는 3000명 정도의 보험계리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 등록된 보험계리사는 1260여 명에 불과하다.
임석현 한화생명 인사팀장은 “보험계리사 자격을 보유한 경력직은 물론 신입사원 채용도 쉽지 않아 직원들을 대상으로 응시를 독려하고 지원을 강화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보험계리사 외에 국제공인재무설계사(CFP) 자격시험에도 이달 잡-오프 제도를 도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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