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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혼자 또는 소규모로 산을 찾는 산린이(산행+어린이, 초보 등산객을 뜻함)와 혼산족이 늘면서 아웃도어업계가 '제2의 전성기'를 맞았지만,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아웃도어 주요 판매 창구인 백화점에서 설 자리를 잃어가는 동시에 인건비 등의 문제로 생산기지를 옮겼던 베트남 상황이 불안한 탓이다. 자칫 모처럼 찾아온 '아웃도어 열풍'에 찬물을 끼얹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아웃도어업계는 백화점 매장 이탈 및 축소 현상화 생산 기지인 베트남 지역 봉쇄 조취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
A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산린이 증가와 함께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그 어떤 복종보다 좋은 매출 추이를 보이던 상황이었다"며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이어졌던 '아웃도어 열풍'에 이어 한동안 계속됐던 침체기를 벗어나 '제2의 도약'을 꾀하던 와중에 발생한 외부적 문제로 불안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서 홀대 당하는 아웃도어, 매장 철수 '러쉬'
실제 아웃도어 업계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핵심인 백화점에서는 아웃도어 매장 찾기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 소재만 둘러봐도 압구정 상권에 위치한 B백화점과 C백화점에는 아웃도어 매장이 통채로 사라졌고 삼성동 상권에 위치한 D백화점에서도 지난달 중순에 진행한 층별 조닝 변경을 통해 기존 6개 아웃도어 브랜드 중 4개 브랜드가 자취를 감췄다. 남은 2개 중 1개 브랜드 역시 이달 중 추가 철수할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아웃도어 브랜드가 많이 입점한 대치동 상권의 E백화점에서는 현재 8개 아웃도어 매장이 남았지만, 이는 같은 백화점 본점에 입점한 매장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매장 축소는 이례적이라는 게 패션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MZ세대를 포함해 고른 연령층으로부터 열풍이 다시 일고 있어서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지난해 상반기 기준 2030세대 고객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등산, 캠핑, 골프 부문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4% 신장하며 4050세대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백화점 상품군별 매출 비중에서도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포함된 스포츠 및 아동 부문은 2019년 10.9%에서 지난해 15.5%로 명품과 더불어 성장세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한 백화점은 백화점 전체 매출 2위를 차지할만큼 큰 매출 실적을 보이는 백화점 본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며 영업 면적 절반 가량인 3만6,000㎡(약 1만900평)를 해외 명품 전용 매장으로 채웠다. 코로나19로 지난해 매출이 감소한 백화점들이 올들어 해외 명품 브랜드나 대형 스포츠매장 유치를 통한 공격적인 조닝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또 다른 아웃도어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을 중심으로 시내 주요 백화점에서 아웃도어 매장이 플로어내 주요 포지션에서 빠지거나 매장 크기가 축소되는 상황이 늘고 있다"며 "건강 중시 트렌드는 물론 친환경 가치 소비 트렌드를 만족시키며 제 2의 성장을 이어가는데도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백화점의 공격적인 조닝 변경 전략으로 홀대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FW성수기 앞두고 날벼락...베트남 '셧다운'에 물량 확보 '총력전'
아웃도어업계가 처한 우울한 현실은 이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베트남에 생산시설을 둔 아웃도어 업체들이 하반기 신제품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수도 하노이시는 봉쇄 조치를 9월15일까지 연장키로 했다. 배트남 정부는 지난 7월초부터 락다운을 실시한 가운데 지난 8월23일부터 는 호치민시 외출을 전면 금지하는 완전봉쇄령을 내린바 있다. 이로인해 국내 기업들의 현지 공장 가동률은 최근 30%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아웃도어업계는 베트남 공장 의존도가 높아 FW시즌을 앞둔 상황에서 실시된 봉쇄정책으로 제품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일부 브랜드의 경우 FW 제품 생산량 30% 수준이 차질을 빚으면서 8월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최대 10%수준까지 빠진 곳도 생겨났다. 아웃도업업체 중 베트남에서 물량을 조달받는 기업들은 아이더, 밀레, 코오롱스포츠, 블랙야크, K2 등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2~3월, 8~9월은 코로나19가 심해 매출이 특히 낮았던 시기인데 지난해보다 매출이 줄었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통상 FW제품은 7월부터 물량을 들여와 선판매를 진행하는데 올해 한두달 밀리면서 선판매도 뒤늦게 돌입했다. 생산물량을 인근 타 지역이나 국내로 돌리면서 급한 불을 끄는 분위기이나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현황을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웃도어업계는 이 같은 상황들이 모처럼 찾아온 '아웃도어 열풍'을 꺾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실제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최근 매출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달 8월까지 국내 아웃도어 매출 상위 10대 브랜드 중 8개 브랜드는 전년대비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업계 1위인 노스페이스(영원아웃도어)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성장했고, 같은 기간 내셔널지오그래픽(더네이쳐홀딩스) 매출 역시 전년 동기보다 약 26% 오르면서 아웃도어 열풍을 입증했다.
일각에서는 베트남 락다운 사태는 생산 물량 조절으로 해결 가능하지만, 지나친 해외명품 중심의 불균형적인 백화점 조닝 전략 변화가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다. 명품과 골프웨어의 쏠림현상에 신예브랜드에게까지 자리를 내주는 것이 억울하다는 것이다. 사회전반의 온라인 커머스 열풍을 맞아 패션 브랜드들이 앞다퉈 온라인 자사몰 강화에 힘주는 경향이 가속화되면서 소비자 선택권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웃도어 브랜드는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년 이상 국내 패션 산업을 이끌면서 백화점을 비롯한 주요 유통 채널의 한 축을 담당해 왔지만, 백화점 매장 유지 및 신규 입점 여건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며 "입점 브랜드들은 물론 해당 산업군 전체 매출 실적뿐 아니라 해당 산업과 브랜드 이미지까지도 좌지우지될 사안인데 오랜 시간 파트너십을 유지해 온 기존 브랜드들과의 상생이 고려되지 않는 점이 아쉽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