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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LG화학·SK이노베이션 도입…내부 탄소가격제 주목받는 이유

입력: 2023- 01- 06- 오후 05:47
© Reuters.  KT&G·LG화학·SK이노베이션 도입…내부 탄소가격제 주목받는 이유

[한경ESG] 이슈 브리핑 서울 양천구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굴뚝 모습.사진=연합뉴스 기업이 내부 탄소배출량에 비용을 부과해 저탄소 전략 및 경영에 활용

하는 ‘내부 탄소가격제(internal carbon pricing)’가 국내에서도 차츰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내부 탄소가격제는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스코프 1·2(기업 내 직간접배출량)를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다. 예상 탄소가격을 미리 사업장이나 투자 결정에 비용으로 부과함으로써 탄소배출권 시장 대응과 미래 탄소중립 전략의 효율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전략이다.

내부 탄소가격제는 크게 내부 탄소세(internal carbon fee)와 잠재비용(shadow price)으로 나뉜다. 내부 탄소세는 실제 기업 내에서 사업이나 부서 단위에 배출량에 따른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다. 잠재비용은 신규 투자나 사업전략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배출량에 미리 비용을 적용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내부 탄소세와 잠재비용을 운영하기 이전에 내재 비용(implicit price)을 설정할 수도 있다. 내재 비용은 탄소배출 규제 대응을 위해 소요된 비용을 뜻한다. 기업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비용을 추산하는 것으로 내부 탄소세나 잠재비용처럼 미래 비용에 대한 영향력은 적다. 기업은 이러한 내재 비용을 도입함으로써 내부 탄소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 이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현재 내부 탄소가격제를 도입한 국내 기업은 대부분 투자 부문의 잠재적 탄소 비용을 우선적으로 산출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탄소 비용이 높은 고탄소 사업에 대한 내부 투자를 배제하고 저탄소 사업을 확대하는 포트폴리오 전환도 함께 이룰 수 있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가격에 대한 명확한 표준이 없기에 부서에 직접적 비용 전가를 하기보다는 투자 측면에서 전환 전략으로 내부 탄소세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이 높은 탄소배출권 거래제(ETS) 시장에 대한 선제적 대응도 가능하다. 특히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은 빈약한 현물 시장으로 인해 시장 참여자가 적은 폐쇄적 시장이다. 5~6월을 기점으로 배출권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가격 변동 폭도 커지는 등 가격 변화가 크다. 이에 기업은 글로벌과 국내 주요 배출권 거래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내부 탄소 비용으로 책정해 대응하고 있다.

저탄소 사업으로 투자 선회

KT&G는 선제적으로 내부 탄소가격제를 도입한 후 구체적인 탄소 비용까지 책정했다. 이후 투자 결정에도 활용하고 있다. KT&G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관련 투자의 경제성 분석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잠재적 탄소비용 부담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위해 내부 탄소가격제를 2022년 3월부터 도입했다.

현재 제조본부 설비투자(CAPEX)에 시범 적용 중이며, 향후 신성장 투자 등 경영 전반으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내부 탄소가격은 5만원/tCO2로 설정했다. 최근 국내 배출권 거래제 시세나 누적 최고가인 4만800원/tCO2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후 배출권 거래 시세에 따라 내부 탄소가격 초과 시 가격 수준을 재조정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자체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자 사업 수행에 필요한 탄소가격 및 설정 기간을 검토하기 위해 ‘내부 탄소가격제’를 도입했다. LG화학은 “중장기 사업 전략 및 지속가능성 추진 방향을 토대로 투자와 재무를 담당하는 부서 간 협력을 통해 도전적이고 현실성 있는 내부 탄소가격제 로드맵을 준비하고 있으며, 새로운 사업 투자 시 활용할 수 있는 내부 심사 프로세스 가이드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는 신증설된 시설에 한해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며, 앞으로 전사적 차원으로 적용을 확장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11월 내부 탄소가격제를 투자 안건 심의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시행은 11월 이사회 보고를 마친 이후부터 시작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발표한 넷제로 로드맵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글로벌 전문 기관이 예측한 미래 탄소가격 시나리오를 고려해 내부 탄소가격을 설정했다고 밝혔다.

가격은 2030년까지 세부적으로 다원화하는 계획을 세웠다. 유럽연합(EU)·미국·한국 등 글로벌 사업장이 위치한 주요 권역별 가격에 따라 2025년 40~95달러/tCO2, 2027년 60~105달러/tCO2으로, 중장기 가격은 2030년 120달러/tCO2, 2040년 200달러/tCO2로 증가하도록 설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탄소배출권 가격을 유가, 환율처럼 경영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지표에 포함해 관리함으로써 글로벌 동향과 발을 맞춘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존 경제적 가치 중심 투자 안건 평가 방식에 더해 미래 탄소 가치까지 반영한 종합적 관점에서 투자 경제성을 검토하는 동시에 신규 사업을 추진할 때 탄소를 더욱 적극적으로 감축해나가겠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 역시 해외 바이오 사업장에 우선적으로 내부 탄소세를 도입한 상태다. 올해 전사 확대 적용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이다.

한편, 글로벌 단위에서는 내부 탄소세를 직접 부과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 사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2년에 사내 탄소세를 처음 도입했다. 각 부서별로 지정된 탄소배출량을 초과해 달성할 경우 금전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다.

탄소 시대를 준비하는 경영 흐름

마이크로소프트는 회계연도마다 탄소중립 정책 및 연구과제의 예상 비용을 토대로 탄소 비용을 책정하고 분기별로 검토한다. 내부에서 모인 탄소세는 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비롯한 탄소감축 투자 재원으로 사용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사내 탄소세가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스코프 3(공급망 등 총외부배출량)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내부 탄소세 대응이 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김태선 NAMU EnR 대표는 “탄소배출권 시장은 유가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이다. 내부 탄소세 도입은 해외 수출 비용을 미리 예측하고 관리하거나 경영 안정화에 변수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관리하자는 것이기에 탄소 시대 경영이라는 큰 흐름에 맞다”고 말했다.

다만 타깃 지역과 탄소세 운영 기간에 대한 방향 설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글로벌 탄소배출권 가격은 톤당 80~85유로 정도이며, 2023년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면 100유로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가격이 2만원 안팎을 넘나드는 상황으로, 두 시장의 가격차가 크다. 어떤 시장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한지, 기업 차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유럽 ETS 시장을 기준으로 잡는다면 적용 범위를 글로벌 사업장에 한정할 것인지, 국내 사업장까지 확장해 적용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한다. 가격 조정 방식 역시 내부 협의가 필요하다. 분기별, 연 단위 등 내부 가격을 조정하는 기간을 정하고 관련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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