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경제 전문가의 과반이 국내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상당히 진입했거나 진입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세계 각국의 통화긴축 정책이 경기 하강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고물가 속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 10명 중 4명은 서서히 경기 진작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8일 경제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경기진단 설문에서다.
설문 결과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인지 묻는 질문에 전문가의 44.1%는 ‘징후가 나타나는 초기 진입 단계’라고 답했다. 11.8%는 ‘상당히 진행돼 있다’고 했다. 응답자의 55.9%는 한국 경제가 이미 어느 정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진단한 것이다. 나머지 44.1%는 ‘인플레이션 상태지만 경기 침체는 아니다’고 답변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심화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41.2%가 ‘천연가스 등 에너지 위기’를 꼽았다. 이어 ‘미국 통화긴축’(38.2%), ‘중국 경제 상황’(14.7%) 순이었다.
현 경제 상황에 대한 대응책으로는 ‘당분간 물가 억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전문가가 50.0%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경기 활성화 정책을 서서히 추진해야 한다’고 한 전문가도 35.3%나 됐다. ‘물가 억제에 집중하면서도 경기 침체 대비책을 수립해야 한다’ 등 비슷한 취지의 기타 의견(11.6%)을 합치면 경기 진작을 주문한 응답은 사실상 46.9%에 달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정부가 그동안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지만 점차 경착륙 방어가 정책 이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美 울트라스텝 땐, 韓 빅스텝해야" 53%…"금리 3% 넘을 것" 76%
절반 이상이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진입"경기침체 우려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 0.75%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면서다. 전문가 사이에선 한국은행이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를 연 3.25% 이상까지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라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기준금리 연 3.25% 이상 올릴 것”한국경제신문이 18일 경제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4%가 미국 중앙은행(Fed)이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1.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응답은 2.9%였다. 85.3%가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상의 고강도 통화 긴축을 예상한 것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2.25~2.5%로, 금리 상단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미지 크게보기 전문가의 55.9%는 Fed가 이달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경우 한은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0.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29.4%, 0.7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답변은 11.8%였다.
Fed가 이달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나설 경우엔 한은이 빅스텝을 밟아야 한다는 응답이 52.9%로 가장 많았다. 0.7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답변도 23.5%였고, 1.0%포인트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8.8%)도 있었다.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답변은 14.7%에 그쳤다.
한은 금리인상 사이클의 상단을 묻는 질문에는 76.5%가 연 3.25%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연 3.25%는 26.5%, 연 3.5%는 23.5%, 연 3.75%는 20.6%, 연 4.0% 이상은 5.9%였다. 연 3.0%는 23.5%에 그쳤다.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남은 두 차례 금통위 정례회의(10, 11월)에서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3.0%까지 올릴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이 이달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를 얻어내지 않는 이상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 외에 마땅한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보다 비관적인 물가·성장률 전망전문가들은 고물가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정점을 꼽는 질문에 올해 9~10월과 11~12월을 지목한 응답이 각각 38.2%로 같았다. 23.6%는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늦어도 올해 10월 물가 정점이 올 것으로 보는 정부보다 신중론을 유지하는 전문가가 많은 것이다.
5% 이상 물가 상승률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2.9%만이 올해 9~10월로 응답했다. 올해 11~12월이 58.8%로 가장 많았고, 내년 상반기는 38.2%였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장)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위기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도 정부보다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2.3~2.5% 미만이 32.4%로 가장 많았고, 2~2.3% 미만은 26.5%, 2% 미만은 11.8%였다. 약 70%가 정부 전망치(2.6%)보다 낮게 본 것이다. 정부 전망치에 부합하는 2.5~2.7%는 29.4%에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물가로 향후 회복이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경제성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설문에 참여해주신 분들 (가나다순)
△강성진 고려대 교수 △권남훈 건국대 교수 △김동헌 고려대 교수 △김상봉 한성대 교수 △김완진 서울대 명예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김원식 건국대 명예교수 △김재영 서울대 교수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 △김지섭 연세대 교수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 △김태윤 한양대 교수 △김현욱 KDI 국제대학원 교수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 △송치영 국민대 교수 △양준모 연세대 교수 △염명배 충남대 교수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 △이근 서울대 석좌교수 △이다은 대신증권 연구원 △이종화 고려대 교수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 △전삼현 숭실대 교수 △정유탁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원 △조동근 명지대 명예교수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하준경 한양대 교수 △홍기석 이화여대 교수 △홍기용 인천대 교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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