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가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다. 미국이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 0.75%포인트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 확실시되면서다. 전문가 사이에선 한국은행이 현재 연 2.5%인 기준금리를 연 3.25% 이상까지 올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라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본격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기준금리 연 3.25% 이상 올릴 것”
한국경제신문이 18일 경제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2.4%가 미국 중앙은행(Fed)이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1.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응답은 2.9%였다. 85.3%가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이상의 고강도 통화 긴축을 예상한 것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는 연 2.25~2.5%로, 금리 상단을 기준으로 했을 때 한국과 같은 수준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미국이 11월 중간선거 전까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 같다”고 예상했다.
전문가의 55.9%는 Fed가 이달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경우 한은은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0.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은 29.4%, 0.7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답변은 11.8%였다.
Fed가 이달 울트라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에 나설 경우엔 한은이 빅스텝을 밟아야 한다는 응답이 52.9%로 가장 많았다. 0.7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답변도 23.5%였고, 1.0%포인트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응답(8.8%)도 있었다. 0.25%포인트 인상해야 한다는 답변은 14.7%에 그쳤다.
한은 금리인상 사이클의 상단을 묻는 질문에는 76.5%가 연 3.25% 이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연 3.25%는 26.5%, 연 3.5%는 23.5%, 연 3.75%는 20.6%, 연 4.0% 이상은 5.9%였다. 연 3.0%는 23.5%에 그쳤다. 채권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남은 두 차례 금통위 정례회의(10, 11월)에서 각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3.0%까지 올릴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이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상을 이어갈 것으로 본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이 이달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통화스와프를 얻어내지 않는 이상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 외에 마땅한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보다 비관적인 물가·성장률 전망전문가들은 고물가도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물가 정점을 꼽는 질문에 올해 9~10월과 11~12월을 지목한 응답이 각각 38.2%로 같았다. 23.6%는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늦어도 올해 10월 물가 정점이 올 것으로 보는 정부보다 신중론을 유지하는 전문가가 많은 것이다.
5% 이상 물가 상승률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2.9%만이 올해 9~10월로 응답했다. 올해 11~12월이 58.8%로 가장 많았고, 내년 상반기는 38.2%였다.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경제사회연구원장)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위기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장기화·고착화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제성장률도 정부보다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2.3~2.5% 미만이 32.4%로 가장 많았고, 2~2.3% 미만은 26.5%, 2% 미만은 11.8%였다. 약 70%가 정부 전망치(2.6%)보다 낮게 본 것이다. 정부 전망치에 부합하는 2.5~2.7%는 29.4%에 그쳤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소비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고물가로 향후 회복이 더뎌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경제성장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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