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이달부터 민간 발전회사에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비용의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가스공사의 수요예측 실패로 발전사들이 비싼 값에 LNG를 사들이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도입 정보를 감추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발전사들은 가스공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 13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LNG 장·단기 계약 비중과 장·단기 도입 가격을 이달부터 민간 발전사에 제공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그동안 가스공사는 매월 장기와 단기를 구분해 항목별 도입 가격을 명시한 발전요금 산정 내역을 각 발전사에 알려줬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가 올 들어 민간 발전사보다 두 배가량 비싼 가격에 LNG를 도입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가격 정보를 감춘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가스공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토대로 가스공사의 LNG 도입 비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가 LNG를 비싸게 사들이고 있는 것은 수요예측 실패가 주원인으로 지목된다. 가스공사는 LNG 소비량을 예측해 장단기 구매 비중을 정한다. 시가보다 저렴하게 도입할 수 있는 장기 계약 비중을 70~80%가량 확보하고, 나머지는 현물시장에서 LNG를 시가로 구매해 수요관리를 하는 식이다. 가스공사의 2020년 현물 도입 비중은 17%였고, 그해 LNG 도입 비용은 ㎏당 484원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단기 비중이 24%로 올라가면서 도입단가도 ㎏당 661원으로 올랐다. 문제는 올해 1분기 가스 소비량이 늘면서 단기 비중이 62%까지 치솟았다는 점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의 영향으로 국제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 1분기 가스공사의 LNG 도입 비용은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당 1279원까지 뛰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동절기 수요가 급증할 때마다 소비량 예측에 실패해 에너지 수급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라며 “수급대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고가의 현물을 대량 구매하다 보니 국내 LNG 수입 비용이 더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스공사의 비싼 LNG 도입이 한국전력의 적자 확대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가스공사는 올 1월부터 천연가스 공급 규정을 개정해 단기 물량 증가에 따른 비용 상승분을 발전용 요금에 전가할 수 있도록 했다. 발전업계에 따르면 이 영향으로 한전이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올 때 적용되는 전력 도매가격이 올해 1~4월 ㎾h당 23~38원 비싸졌다. 게다가 발전단가가 비싼 LNG를 기준으로 전력 도매가격이 결정되는 구조 탓에 가스공사의 도입 비용 증가는 한전의 전력구매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가스공사는 비싼 값에 LNG를 도입해도 돈을 벌지만 그 부담은 한전이 짊어지는 셈이다. 한전이 올해 1분기 5조8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동안 가스공사는 9162억원의 ‘역대급’ 흑자를 올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가스공사가 이번에 가격 정보 비공개 방침을 밝히자 민간 발전사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가스공사의 수요예측 실패에서 기인한 문제를 ‘민간 발전사 벌주기’로 대응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발전업계는 가스공사가 도매사업과 배관망을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이 같은 불공정 행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같은 가스사업 독점구조는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며 “배관사업과 도매사업을 분리하는 등 적절한 선진화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훈/김익환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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