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상장 기업들이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가속화 등 온갖 악재에도 ‘선방’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물류대란 수혜를 본 항공·해운업종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졌다. 2분기부터는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공 행진하는 원자재 가격, 인건비 등이 기업 이익을 짓누를 것으로 예상돼서다.1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영업이익18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12월 결산 유가증권시장 상장법인 608곳(금융사 등 제외)의 올 1분기 매출(연결 기준)은 660조9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8%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14.43% 늘어 50조5105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치다. 기업들이 환율 상승에 힘입어 수출 물량을 늘리고,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을 판매가에 전가하면서 수익성을 지켜냈다는 분석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11.8%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83조1326억원, 36조389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91%, 4.69% 증가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꺾였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608곳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3.79% 감소한 41조6910억원을 기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작년 1분기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의 일회성 평가이익이 약 15조원 반영되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이 일시적으로 급증했었다”며 “이 부분을 빼고 보면 올 1분기 상장사 순이익 역시 선방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업종별로 보면 17개 업종 모두 매출이 증가했다. HMM (KS:011200) 대한항공 (KS:003490) 등이 속한 운수·창고업종은 글로벌 물류대란 수혜를 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4.84% 급증했다. 한국가스공사 등이 포함된 전기가스업종 역시 천연가스 가격 상승 덕분에 같은 기간 매출이 35.24% 뛰었다. 철강금속(35.48%) 서비스업(29.91%) 화학(33.54%) 업종의 매출 증가 폭도 컸다.
영업이익 증가율 상위 업종도 비슷한 추세를 보였다. 운수·창고업종의 영업이익 증가율(291.06%)이 가장 컸다. 이어 섬유의복(75.26%) 철강금속(58.28%) 전기전자(43.22%) 등이 뒤를 따랐다. 매출 상승폭이 컸던 전기가스업종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한국전력이 1분기 7조786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영향이 컸다.2분기 성장세 둔화 가능성코스닥 상장사 역시 1분기 기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다. 코스닥시장 상장사 1050곳(금융사 등 제외)의 연결 기준 매출은 62조76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89%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6.02% 증가한 4조2833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2.87% 늘어난 3조3277억원이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진단키트 관련 제약업종 및 배터리, 반도체 업종에 속한 기업들의 실적 증가세가 돋보였다”고 설명했다.
상장사들의 성장세는 2분기에 소폭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사 231곳의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를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87%, 5.5% 늘 것으로 예상됐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거시적 경제상황이 어려웠던 1분기에도 기업 실적이 대체로 전망치와 부합했다”며 “2분기 영업이익 증가율은 1분기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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