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이 20일 "앞으로의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겪었던 위기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에 올랐다. 44년 동안 현대중공업 계열사에서만 몸담으며 산전수전을 겪은 그도 최근 불어닥친 대내외 위기는 유독 지독하다고 경고했다.
권 회장은 이날 현대중공업그룹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그룹 계열사들마다 '워스트 시나리오'를 고려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작년 12월에 2022년 경영전략을 세우기 위해 소집된 사장단 회의가 넉 달 만에 재소집된 이 자리에는 지주사인 HD현대의 오너 3세 정기선 사장, 한국조선해양 (KS:009540) 가삼현 부회장, 현대중공업 한영석 부회장을 비롯한 10개 계열사 대표들이 빠짐없이 참석했다. 최근 안팎으로 불거진 대내외 불확실성을 바라보는 그룹의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권 회장은 치솟는 원자재 가격과 핵심 시장인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원자잿값 급등이 조선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상하이 봉쇄 조치에 따른 중국 내수 시장 위축을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 건설기계 사업 부문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검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에너지 사업부문에 대해선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가 불안정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가 변동에 따른 경영상의 영향 점검과 석유 화학 사업의 실적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장단은 이어 중대재해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각 사업장 단위로 구축한 안전관리 방안을 공유했다. 강화된 안전관리 방침을 현장에 맞게 설계해 즉시 적용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사장단이 책임을 갖고 소신 있게 경영계획을 추진해 나가면 위기가 곧 기회가 되는 순간이 올 것"이라며 "직원들에게도 경영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공유해줄 것"이라고 지시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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