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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새벽 2시, 이젠 지쳤다"…고연봉 마다하고 떠나는 인재들

입력: 2021- 08- 17- 오전 02:37
© Reuters.  "퇴근 새벽 2시, 이젠 지쳤다"…고연봉 마다하고 떠나는 인재들

사진=연합뉴스

수억원의 연봉을 받던 증권맨들이 여의도를 떠나고 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판교. 글로벌 투자은행(IB) 출신 IB맨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빨아들이는 곳은 유니콘기업들이다. 보수적인 조직을 떠나 새로운 기업문화와 스톡옵션 등이 있는 곳을 찾아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 ‘월스트리트의 시대가 가고 실리콘밸리의 시대가 왔다’면 국내에서는 ‘여의도 시대가 가고 판교의 시대가 오고 있다’는 평가다.

국내 대표 유니콘기업의 요직에는 이미 외국계 IB맨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JP모간 홍콩 IB본부장 출신인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 모건스탠리 출신인 김종훈 컬리 CFO가 대표적이다. 메릴린치, 블랙스톤 등에서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던 송용완 씨도 최근 컬리에 합류했다. 숙박 플랫폼 야놀자의 최찬석 최고투자책임자(CIO)는 KTB증권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넷마블 CFO를 거쳐 야놀자에 입사했다.

바이오테크기업으로 향하는 증권맨도 있다. 신재훈 한화투자증권 제약·바이오 담당 연구원이 랩지노믹스 CFO로 이동한 데 이어 구완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니너스 CFO로 회사를 옮겼다. 바이오기업들은 이들에게 높은 연봉과 임원 자리, 스톡옵션 등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풍부한 유동성이 스타트업 시장으로 밀려들어 오자 상장, 투자 유치, 매각 등을 위해 유니콘기업들이 자본시장 전문가를 적극 영입하고 있다”고 전했다.

자본시장에서 테크기업으로의 인력 이동은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은 아니다. 월스트리트 IB들이 능력 있는 뱅커를 뽑기 위해 초봉을 16만달러까지 올렸지만 인재들은 실리콘밸리 기술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을 선택하고 있다. 한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는 “인력 이동을 보면 한국도 금융보다 테크 중심의 시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맨, 여의도 떠나 판교로…'인재 블랙홀' 된 유니콘기업

모건스탠리·JP모간도 인력난…연차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行올해 초 글로벌 투자은행(IB) A사의 한국지사는 한 중소형 증권사 B사에서 부장급(3~5년차) 인력을 급히 수혈했다. 대형 인수합병(M&A) 자문이 진행되던 중 4년차 인력이 스타트업으로 이직해버렸기 때문이다. B사도 부랴부랴 컨설팅사와 회계법인에서 인력을 데려왔다. B사 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인재 피라미드 최상단에 스타트업이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직업 선호도를 보면 유망 스타트업이 1순위 자리를 차지하고 이어 사모펀드(PEF) 운용사 혹은 벤처캐피털(VC), 그 뒤에 ‘컨설팅펌, IB’ 순으로 바뀌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스타트업으로 도미노 이동IB·PEF운용사·전략컨설팅사 등이 ‘자본시장의 꽃’으로 불리던 게 엊그제다. 하지만 이곳에서 10년차 미만 주니어 인력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유니콘, 유망 스타트업이 자리잡고 있는 ‘판교’ 기업들은 이들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다. 자유로운 기업문화, 평등한 의사결정 구조, 고속 성장에 따른 성취감에 더해 높은 연봉까지. 젊은 인재들이 원하는 요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젊은 인력 이탈로 글로벌 IB 한국지사의 인사팀은 바빠지고 있다. 최근 인력관리(HR) 스타트업 레몬베이스, 에듀테크 스타트업 등으로 연차를 가리지 않고 직원들이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JP모간, 모건스탠리도 주니어들의 이탈로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을 정도다.

글로벌·국내 대형 PEF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베인캐피탈 한국사무소 내 부장급 인력은 최근 넷플릭스로 이직했다. 1조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보유한 국내 PEF 한 곳의 2년차 직원도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앤컴퍼니 출신 부장급 인력은 회사를 떠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데이터헌트를 창업했다.

스타트업들이 IB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은 상장이나 투자유치에 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잠재 투자자들에게 IB 출신 인력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도 부수적 효과다.

최근 3조원 몸값을 인정받은 당근마켓과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원을 수혈받은 야놀자도 IB 혹은 투자 경험을 가진 인재를 충원하기 위해 물밑에서 접촉 중이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도 글로벌 증권사 CLSA, 국내 PEF운용사 LB PE 출신 인력이 M&A와 투자유치를 전담하는 코퍼레이션디벨롭먼트(Corp Dev) 팀에서 활동 중이다. 지난해 JP모간 출신 주니어 인력을 영입해 추가 투자유치 및 기업공개(IPO) 업무를 맡겼다. 학습앱 ‘콴다’를 운영하는 매스프레소도 올해 씨티그룹 IB에서 IPO 업무를 담당한 남연수 씨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한 데 이어 전략컨설팅사 맥킨지앤드컴퍼니·베인앤드컴퍼니 출신 인력들을 영입했다. 경제적 보상만으론 역부족주니어 직원들은 자본시장을 떠나는 이유로 강도 높은 근무 환경과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꼽는다. 국내에선 ‘한 해를 먹여 살릴’ 정도로 규모가 큰 M&A 거래를 잡을 확률이 글로벌 본사 대비 적어 소규모 다수 거래를 동시에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IPO 열풍까지 겹치면서 업무도 늘었다. M&A·IPO 경험을 충분히 쌓은 대기업 등 고객들의 요구 사항은 많아지고 인력 충원은 쉽지 않다 보니 과다한 업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평균적인 한국사무소 주니어들의 퇴근 시간은 새벽 2시, 출근 시간은 ‘눈치껏’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내 IB·PEF 특유의 수직적 기업문화도 주니어들의 이탈 요인이다. 사내에서 민감한 문제로 꼽히는 ‘성과 분배’와 관련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기조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일부 주니어들은 한국 특유의 ‘영업 문화’에 시달리느니 꿈많고 깨어있는 또래들과 일하겠다며 회사를 떠났다.

‘롤모델’이 업계를 떠나는 것도 주니어들을 자극하고 있다. IB에서 성공 기준은 매니징디렉터(MD)다. 모건스탠리 MD에 오른 안재훈 전무는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 IB 시장이 초호황인 점을 고려하면 수십억원의 보너스를 포기하고 기업행을 택했다는 평가다. “향후 스타트업 연결해주겠다” 약속도투자업계 시니어 사이에선 과거 ‘도제식 교육’의 시대가 끝난 점을 인정하고 고급 인재에 대한 ‘단기임대(렌털)’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견규모 글로벌 IB 한국 대표는 최근 젊은 직원들에게 2~3년 일해 성과를 내면 원하는 PEF나 VC, 스타트업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직접 알선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으로의) 돈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는 상황에서 인위적으로 사람을 붙잡아 두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건 의미가 없다”며 “적어도 우리와 함께하는 기간엔 서로 최대한 효율을 발휘하자는 개념으로 직원을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고재연/차준호/박의명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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